이재명의 2015년 ‘법’과 2021년 ‘말’은 다르다

이정훈 기자 입력 2021-10-23 14:47수정 2021-10-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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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소리 들으며 920억 원 환수” vs “초과이익 환수 공모지침 위반”
10월 1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동아DB]
10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돈다발 사진’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공세가 만만찮다.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에 이어 제명까지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김 의원이 이재명 대선후보와 조직폭력배의 연관성을 주장하고자 돈다발 사진을 내세운 것을 두고 “단순 실수가 아니라 전담 조직을 만들어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 측에 날을 세웠다.

“이게 법이다”


논박은 어디까지나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바로 그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언동을 살펴보면 어떨까. 최근 이 후보에게는 시장 시절 성남시 대장동 개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과이익을 왜 환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따라 붙는다.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지분을 각각 1%, 6% 보유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577억 원)와 자회사 천화동인(3463억 원)이 도합 4040억 원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50%+1주를 갖고 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는 ‘고작’ 1822억 원만 배당받은 이유를 해명하라는 것이다.

10월 20일 국감 자리에서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2015년은 미분양이 속출한 때”라며 “초과이익 환수가 아니라 고정이익 확보가 중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2015년 3월 수도권 ‘주택경기실사지수’(HBSI: 주택사업자의 체감 건설경기지수로 100을 넘기면 호황)는 142.7로 전달(120.4)보다 22.3포인트 높았다. 더 중요한 것은 현지의 ‘체감온도’다. 2004년 판교신도시 개발 때부터 대장동은 ‘남판교’로 불리며 들썩였다. 개발사업 전문가로서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2014년 4월 대장동 주민들을 만나 “주택 경기가 좋아진다”고 말한 녹취파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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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도공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2015년 2월 당시 성남도공 개발1팀장이던 이현철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경제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러스알파’(초과이익) 검토를 요한다는 것’을 수기(手記)로 써 유동규 당시 사장 직무대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건의는 묵살되고 그는 개발팀에서 배제됐다. 그해 3월 성남도공은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 컨소시엄과 성남도공이 참여한 성남의뜰 구성을 위한 사업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5월 27일에는 개발사업1팀 소속 직원이 “(초과이익을 배분하는)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사업협약서 수정검토’ 문서를 작성해 결재를 올렸으나, 7시간 뒤 나온 사업협약서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수기로 작성한 의견은 남아 있지 않으나 결재 절차를 밟은 기록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 측은 “성남도공 개발팀의 (사업협약) 논의 과정에서 한 직원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 의견을 냈는데 공모지침에 맞지 않아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협약에 환수 조항이 있었다면 공모지침 위반이다”라고 설명했다.

10월 18일 국감에서 이 후보는 “공모하고 승인한 내용을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다음에 본질적 내용에 대해 (계약) 변경을 하면 안 된다. 감사원 감사 사유일 정도로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이게 법이다”라고 했다. 이 후보 측이 “이게 법”이라고까지 말하며 강조한 공모지침은 도대체 무엇이고 누가 만든 것일까.
2015년 2월 13일 성남도공이 낸 대장동 개발 공모지침 제11조는 “수익 배분과 관련된 기타 세부적인 사항은 사업협약에서 상세히 정한다”고 규정했다. 구체적 수익 배분을 사업협약 단계로 미룬 것이다. 그런데 해당 공모지침 별첨자료에는 “공사는 임대주택 용지 상당액만큼의 배당 우선주를 발행하고, 이를 현금으로 정산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성남도공은 별첨자료에서 겨우 임대주택 용지 상당액을 받는 우선주를 갖는다고 해놓은 것이다. 성남도공은 50%+1주를 갖기로 했으니 성남의뜰 경영권도 가져야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성남도공 출신 이사 1명, 민간 이사를 2명으로 하는 사업협약서를 맺었기에 성남의뜰 운영은 민간기업 의향대로 흘러가게 됐다.

이 후보 측 주장을 100% 인정하는 방향으로도 사안을 점검해보자. 실제 공모지침과 사업협약서에 따라 성남시, 성남도공은 초과이익을 한 푼도 가져올 수 없다는 점을 진실로 보고 실제와 대비해보자는 것이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것이 밝혀져 시끄럽던 9월 17일,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곽상도 의원을 포함한 내부자들 먼저 조사하시길 권한다”며 “내가 최초 협상 때 4500억 원 수익만 보장받기로 했다가 나중에 920억 원 더 부담시켰더니 화천대유 당시 사장님이 법정에서 나를 공산당 같더라고 비난하더라”라고 썼다. 공모치침 등에 따르면 성남시 측이 한 푼도 더 가져올 수 없는데 920억 원을 더 가져왔다고 한 것이다.

10월 15일 검찰 관계자들이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경기 성남시청을 압수 수색하고 있다. [동아DB]



“북한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 확실히”


이 후보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대장동 개발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과장이라는 주장이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9년 1월 17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이 후보는 3차 공판을 받았는데,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이런 말씀드리기 좀 뭐하지만 ‘성남시가 공산당이냐’는 말까지 했습니다”라고 해 판검사는 물론이고 변호사까지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성남시가 약속(사업협약서나 공모지침 등)과 달리 920억 원을 가져갔기에 ‘공산당’이라고 한 것이다.

이 혐의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기에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이익 환수로 ‘공산당’ 소리까지 들었다”는 자랑을 거듭했다. 화천대유는 민간기업인데 이 후보와 성남시는 공모지침에도, 사업협약서에서도 없는 초과이익 환수 조치를 취한 격이다. 당시 공판에서는 대장동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았는지도 논란이 됐다. 증인으로 나섰던 성남도공 직원은 대장동 개발이 실패할 수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북한에서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확실히 (진행하도록) 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이 사업은 무조건 성공하게 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후보는 지금 대장동 사업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2015년 그의 ‘법’과 2021년 그의 ‘말’은 왜 다른 것일까.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1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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