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2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잇달아 참배했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이 후보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선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격하고,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이 후보는 다음주 초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한 뒤 당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대선 후보로서의 활동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전두환 비석’ 밟은 李, “尹은 못 밟았겠다”
경기도 국정감사에 대비하는 동안 외부 일정을 최소화해 왔던 이 후보는 이날 공개 행보를 재개하면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부터 찾았다. 첫 일정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이 후보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광주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회적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된 사회적 어머니라 당연히 가장 먼저 찾아와서 인사드려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테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윤 전 총장을 향해 날 선 공격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은)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어서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갖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말은) 살인강도도 살인, 강도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 전 대통령을 전두환 씨라고 호칭했다. 그는 “전두환이란 이름 뒤에 뭐라 (호칭을) 붙여야 할지 고민인데 예우가 박탈됐죠?”라고 재차 확인하며 “전두환 씨는 내란범죄 수괴이고 집단 학살범이다”라고 했다. 이어 바닥에 설치된 ‘전두환 기념비’를 한참 밟고 서서 “윤 후보도 여기 왔었냐.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 밟았겠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후보는 참배 직후 방명록에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이날 페이스북에도 “‘한국판 홀로코스트법’을 제정해서라도 전두환 찬양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이동한 이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다음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등과 함께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권 여사는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며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도 국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원시원하고 간단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닮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에게 “매년 인사올 때마다 여사께서 ‘젊었을 때 남편을 많이 닮았다.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노 전 대통령이 가시고자 한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제가 말하는 대동세상, 함께 사는 세상과 같다”고 말했다.
속도내는 당 선대위 구성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첫 발을 떼면서 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을 위한 작업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달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이전에 선대위를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구성을) 하고 있다”며 “(이재명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인) 조정식 의원과 윤관석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경선 캠프에서 각각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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