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낙연과 통화는 했지만… 기약없는 만남에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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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끝나도 속도 못내는 대선행보

노환인 전 새누리당 출신 대장동 지역구 시의원(왼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TF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환인 전 새누리당 출신 대장동 지역구 시의원(왼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TF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장동 국감’ 시험까지 마쳤지만 경쟁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의 만남이 늦어지면서 고심에 빠졌다. 이 후보는 20일 이 전 대표와 통화는 했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의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공유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원팀’을 구성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감 이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겠다는 이 후보 측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경선 종료 열흘 넘었지만 기약 없는 ‘李-李 만남’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오른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조폭 연루설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오른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조폭 연루설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날까지 경기도 국감에 출석했던 이 후보는 21일 공개 일정을 비운 채 도정을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22일 오전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오후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당 대선 후보 행보에 시동을 거는 것. 당 지도부도 이 후보가 서둘러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늦어도 다음 주중으로 지사직 사퇴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민과 도의회 및 경기도 공직자들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전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방역 등을 고려해 별도의 퇴임식은 열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지사직 사퇴 이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하기에 앞서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이 선결 과제로 남아있다. 그래야 당 지지층도 결집할 수 있고,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논의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경선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이후 지지율 상승 효과)도 없고 지지율이 도리어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어 조속히 이 전 대표를 만나 원팀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만남 전에는 선대위 구성조차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지지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민주당 경선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본다는 분위기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처분 신청 결과는 1, 2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 통화가 이뤄진 점이 뒤늦게 알려지자 21일 이 전 대표 측은 “양측 캠프에서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협의를 하면 좋겠다는 정도의 의견을 나눈 것이 전부”라며 “(통화 내용에 대한) 추측과 확대해석은 자제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 文-李 회동도 11월 성사 가능성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도 이번 주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 청와대는 이 후보 측 면담 요청을 수용하며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의 반발로 경선 후유증이 계속되면서 고심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면담 요청이 있었고 협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초 이 후보가 국감을 끝낸 뒤 21일이나 22일 중 문 대통령과 회동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급하게 추진하기보단 원팀 분위기를 일단 조성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도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와 먼저 만나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문 대통령도 부담을 덜 것”이라며 “그래야 지지층 결집은 물론 이 지사의 중도층 확장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대장동 이슈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팀 과제도 해결하지 않은 채 문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여론에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달 말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고려해 이 후보와의 회동이 11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11월 5일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는 만큼 회동 시기가 11월로 넘어갈 경우 정치적 중립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가 야당 후보와의 만남도 함께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재명#대선행보#대장동 국감#기약없는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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