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밀어내고 ‘수송기’가 주인공 된 ADEX 2021[이원주의 날飛]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9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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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무거운 코로나19 시국을 뚫고 2021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개막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ADEX 사무국은 이번 전시회가 역대 ADEX 중 최고 규모로 치러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8개국 440업체가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고 항공기는 37종, 지상장비는 31종이 전시됐습니다.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는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는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
행사 첫 날인 18일 오전 ADEX 현장인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다녀왔습니다. 기존 행사 때와 가장 달라진 변화는 수송기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등극했다는 점입니다. 관람객들은 입구를 들어서고 나면 각 업체 부스가 늘어선 실내전시장을 통과해 실외전시장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실외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비행기들은 모두 수송기들입니다. 기존에는 F-15를 비롯한 전투기들이 차지했던 자리들입니다.

야외전시장으로 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정부 VIP수송기 HS-748. 1974년에 도입돼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기종입니다.
야외전시장으로 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정부 VIP수송기 HS-748. 1974년에 도입돼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기종입니다.
공군은 C-130H와 C-130J 등 같은 핏줄의 수송기를 두 대나 전시했고, 군 수송기, VIP 수송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약하는 CN-235도 전시됐습니다.

위에서부터 C-130J, C-130K(C-130H 전자장비 개량형), CN-235 수송기.
위에서부터 C-130J, C-130K(C-130H 전자장비 개량형), CN-235 수송기.
수송기가 ‘핵심’ 자리를 차지했다는 의미는 현재 우리나라가 전투기보다는 수송기 도입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국군은 현재 C-130H 위주로 구성된 수송기를 추가 도입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130H는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훌륭한 기종이지만 좀 작습니다. 적재량 최대 19t, 무장탑승인원 64명이 한계입니다. 시속 650km로 최대 3700km까지 날 수 있습니다. 군은 구입하는 수송기를 좀 더 많이 싣고 멀리 빨리 나는 기종으로 도입하고 싶어합니다.

미 공군이 보유한 대형 수송기 C-17. 최대 수송력은 병력 134명, 혹은 화물 49.9t입니다.
미 공군이 보유한 대형 수송기 C-17. 최대 수송력은 병력 134명, 혹은 화물 49.9t입니다.
다만 군이 도입 후보로 물망에 올려놓은 기종 중에는 C-130만 전시장에 선보입니다. 다른 후보군인 에어버스 A400M 기체와 엠브라에르 C-390 기체는 실물기 없이 실내 전시부스에서 모형만을 전시합니다.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데, 주한미군 덕분에 도움을 받아 실기체를 전시할 수 있는 미국 항공업체와 달리 다른 나라 방산업체는 어딘가에서 쓰고 있는 기체를 빌려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에어버스는 그나마 우리나라와 가까운 말레이시아 공군에서 A400M 기체를 빌려왔습니다. 이번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협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C-390 운용국이 유럽이나 남미에 주로 있는 엠브라에르(브라질)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듯합니다.

에어버스 A400M과 엠브라에르 C-390. C- 390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에어버스 A400M과 엠브라에르 C-390. C- 390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전시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번 전시장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기종도 다름 아닌 수송기입니다. 전시장 한가운데서 압도적인 크기로 눈길을 사로잡는 KC-330 시그너스입니다. 이 기종은 통상 공중급유기로 소개되지만 기체 모델명은 A330MRTT(Multi-Role Tanker & Transporter)로 수송기로 동시에 쓰일 수 있는 기종입니다. 실제로 이 기종은 파병부대 임무교대와 코로나19 위험지역에서의 교민 귀국, 아프가니스탄 미라클 작전 등에 다양하게 활용됐습니다.
호위기와 편대를 이루어 비행하고 있는 공군 공중급유기 KC-330.
호위기와 편대를 이루어 비행하고 있는 공군 공중급유기 KC-330.
미군 소속 수송기 중에도 눈에 띄는 기종이 있습니다. V-22 오스프리입니다. 양쪽에 달린 커다란 3엽 프로펠러 엔진이 수직으로 일어섰다 수평으로 누웠다 하며 수직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모두 가능하도록 만든 독특한 기종입니다. 이 비행기는 2017년과 2019년 ADEX 때는 볼 수 없던 기종인데, 이번에 참가했습니다.

미국 해군 소속 수직이착륙 수송기 V-22 오스프리.
미국 해군 소속 수직이착륙 수송기 V-22 오스프리.
이처럼 이번 전시회에는 다양한 수송기들이 전시됐습니다. 반면 전투기를 좋아하는 전투기 마니아라면 이번 행사가 다소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F-35를 도입해 임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또 자체기술로 KF-21 기체 초도기를 제작해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규 전투기 도입 계획이 한동안 없는 만큼 이번 전시회에서 전투기는 기존에 보던 기종 위주로 전시됐습니다. 미 공군의 F-22는 전시되지 않았고 F-35는 시범비행 없이 전시만 됐습니다.

우리 공군 소속 최신예 전투기 F-35.
우리 공군 소속 최신예 전투기 F-35.
시범비행도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전시회 때는 군 소속 전투/수송기 시험비행 외에도 다양한 민간 곡예비행업체들이 참가해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번에는 해외 민간업체 입국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군과 미국 소속 각종 항공기들의 시범비행과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은 여전히 화려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 장면.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 장면.
ADEX 2021 행사장에는 고정익기 외에도 각종 헬기와 미사일 등 무기체계, 지상군수장비도 여럿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날飛’는 비행기와 날씨를 다루는 코너인 만큼 이번 행사에서는 고정익기를 중심으로, 또 일반 관람객들의 관심이 클 내용을 위주로 둘러봤습니다. 언론공개일인 18일에는 실내전시장이 아직 개장 전이어서 상세한 분위기를 전해드리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소개해드린 전시물 외에도 각종 헬기와 무기체계, 지상군수물자 전시가 많이 되어 있으니 23일 방문하시면 즐거운 주말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헬기들. 위에서부터 AH-64, AH-1Z, CH-47.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헬기들. 위에서부터 AH-64, AH-1Z, CH-47.
단, 이번에 관람을 하시려면 반드시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입장 인원을 선착순 제한하기 때문에 서두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PCR 음성 확인서를 들고 가셔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 점 기억하시고, 주말 즐거이 관람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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