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경선 분란 사과” 했지만…윤석열 ‘갈등 봉합’은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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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이번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경선 체제에 본격 돌입한다. 이준석 대표는 23일 당내 분란 상황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당내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진심을 담아 국민과 당원께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방법론과 절차에 있어서 다소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선관위가 출범하는 이상 이런 이견보다는 정권교체를 향해 모두 결집하면 좋겠다”며 “공정한 경선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우리 지도부가 경주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표의 이날 사과는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두고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계속되자 봉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이 대표는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선거관리위원장과 관련해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선임했다.

그는 “우리 당의 19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하신 정 전 총리께서 우리 당의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에게 공정한 경선관리와 흥행을 위한 전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 선관위는 26일 출범할 예정이다.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버스가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30일과 31일 이틀간 후보 등록을 받게 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25일 윤 전 총장 등이 참석하는 비전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윤 전 총장 측과의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1일 당내 경선을 둘러싼 내홍에 대해 “경선 버스를 8월 말에 출범시키려 세워 놓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운전대를 뽑아가고, 페인트로 낙서에 의자까지 부수는 상황”이라며 윤 전 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 일부 주자들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20일에는 윤 전 총장 측이 국민의힘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윤 전 총장 캠프는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허위보도, 가짜뉴스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표는 21일 “(윤석열) 캠프 반응은 보도한 언론을 고소하겠다는 취지로 했는데 가장 먼저 떠들고 다닌 사람은 캠프 내에도 있었고, 유튜버들도 있었는데 고소할 건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민캠프에서 열린 자영업 비대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민캠프에서 열린 자영업 비대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를 하면 전당대회를 통해 임기가 보장된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캠프 인사가 이 대표 사퇴를 공개 거론한 일도 발생했다. 윤석열 캠프의 민영삼 전 국민통합 특보가 22일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거나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민 전 특보는 “윤석열 후보 캠프와는 전혀 관계없이 제 개인적인 판단에서 단상을 올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특보직에서 물러났다.

또한 민 전 특보는 22일 밤 이 대표를 향해 “모르면 물어서 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가 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을 통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시절 선배 한 분이 길을 여쭌 저에게 남겨 주신 가르침”이라며 “길을 모르면 물어서 가라. 물어볼 사람이 없으면 큰 길로 가라. 큰 길이 안 보이면 많은 사람이 가는 길로 가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당내 갈등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당내 갈등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분열 상황 수습에 나선 23일에도 당 내홍을 둘러싼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갈등의 중심에 윤석열 후보가 있다. 당 대표를 흔들고 경선위원장을 바꾸고 경선룰을 바꾸겠다는 게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인가”라며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하러 온 건가 아니면 당권 교체를 하러 온 건가. 힘으로 당을 접수해야 쉽게 후보가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생각은 버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와 가까웠다는 인연만으로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 그동안 온갖 중상모략도 참아왔지만 정권교체의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지금 분명하게 해둬야겠다. 윤석열 후보는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하셔야 한다”며 “캠프 인사가 계속 당 대표를 흔드는데 후보의 승인 없이 가능한 일인가. 본인의 캠프 하나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 하나”라고 지적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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