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기말 南-경제난 北, 통신선 복원…정상간 대화 추진

박효목 기자 , 신진우 기자 , 워싱턴=유승진 특파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1-07-28 03:00수정 2021-07-2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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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방 단절 413일 만에 재연결… 남북 정상 10여 차례 친서 교환
백신 지원 등 교류협력 전망 속 與 “다음은 고위급 화상회담 검토”
美 캠벨 “북한과 대화-소통 지지”
文대통령, 유엔군 참전의날 기념사… 김정은은 참전열사묘 참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윗쪽 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인 이날 0시에 6·25전쟁 전사자 묘역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하며 헌화했다. 청와대 제공·평양=AP 뉴시스
남북이 끊어졌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27일 복원했다. 지난해 6월 북한이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끊은 지 413일 만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남북 관계 개선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 위해 통신선 복원의 다음 수순으로 남북 고위급 화상 회담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남과 북은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남북 양 정상은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親書)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와 국방부는 이날 각각 남북연락사무소 채널과 서해지구 군 통신선 등을 통해 북측과 통화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3주년을 시작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했고, 지난 주말 통신선 복원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날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통신선 복원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통신선 복원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남북 교류 협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서와 관련해 “두 정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남북 모두가 오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위로와 걱정을 나누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다음 조치로 남북 고위급 인사가 참여하는 실무 화상 회담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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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관건이다. 여기에 북한이 중단을 요구해 왔던 8월 한미 연합훈련도 향후 남북 및 북-미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와 백악관이 통신선 복원을 사전에 공유하며 연합훈련에 대한 의견 교환도 마쳤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커트 캠벨 미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한미동맹재단 관계자들과 조찬을 함께한 뒤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 소통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시 연결된 남북… 靑, 고위급 화상회담 거쳐 정상간 대화 추진
남북 통신연락선 413일 만에 복원

“반갑습니다”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 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이 413일 동안 단절됐던 통신선을 다시 연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 10개월 동안 남북 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통신선 복원에 이어 남북 고위급 화상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이 빗장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 화상으로라도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다.

○ 靑, 고위급 화상 회담 검토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통일부와 군에서 운영하는 통신선을 우선 복원했으며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등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주 친서를 통해 통신선 복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통신선 복원 날짜를 27일에 맞춘 것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남북 연락 채널을 복원한 청와대는 다음 수순으로 고위급 실무 화상 회담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책임 있는 실무급 단위에서부터 화상 회담을 시작해 협상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측에서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나서고, 북측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또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이 나서는 시나리오가 여권에서는 거론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이날 KBS, YTN 라디오에서 “8월경 화상 대화가 진행되고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풀어주는 자세로 간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통신선 복원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비공개 실무자급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한이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날 대북 특별사절단(특사)에 대해 “논의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화상 회담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미 통일부는 남북 화상 회의에 대비해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4월 남북회담본부에 영상회의실을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남북 화상 정상회담 가능성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이나 화상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 8월 한미 연합훈련이 첫 관건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건 남북 정상 모두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색 국면을 탈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무력 도발이 난무했던 2017년 임기를 시작했지만,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고 임기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극심한 경제난에서 탈피해 체제 안정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은 비가 안 오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쌀, 옥수수 농사가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상대는 남한밖에 없다. (9월) 추석 전에 식량 지원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북한에 식량과 백신 등을 지원하는 단순한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다. 한 여권 인사는 “북한의 최종적인 협상 상대는 미국”이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싱가포르 합의를 지지한다고 한 만큼 북한이 결국 이에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북한이 일단 통신선 복원이라는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남북 관계의 첫 관건은 8월 한미 연합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줄곧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해 왔지만, 백악관은 아직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언급을 아끼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결정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위원도 “대북제재의 조기 완화 혹은 해제의 키를 쥐고 있는 북-미 간에 주요한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남북만의 동력으로 한반도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워싱턴=유승진 특파원 promotio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남북#재연결#통신선 복원#북한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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