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족쇄’ 한미 워킹그룹 폐지 수순 밟는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22일 0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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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1월 비핵화·대북제재 논의 실무협의체로 출범
남북 협력사업, 제재 면제 논의서 '엄격한 잣대' 비판
"국장급 협의서 포괄적 논의…北에 대화 시그널 될 것"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문제를 다루기 위해 꾸려진 한미 워킹그룹이 2년 7개월 만에 폐지 수순에 접어든다. 그간 미국이 대북 제재 면제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남북 협력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1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시에 기존 한미 워킹그룹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한미 워킹그룹의 종료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워킹그룹은 한미 간 대북정책 의견 조율을 한 중요한 플랫폼이었지만 남북 관계 개선의 장애물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에게 중요한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불편한 시절도 있었다. 기존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기로 양측이 동의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관계 등을 협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체로 출범했다. 당초 남북 관계와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그간 미국이 제재 면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남북 협력을 가로막는 ‘족쇄’라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실제 지난 2019년 남북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인도적 지원 문제에 합의했지만 워킹그룹에서 타미플루를 싣는 차량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면서 논의가 지연돼 결국 무산됐다. 그해 2월 금강산 해맞이 행사 때는 국내 취재진이 대북 제재 면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트북과 카메라 지참을 금지하기도 했다.

북한 역시 지난해 5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남북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원인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꼽았다.

당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 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며 “북남 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한 것은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복잡한 대북 제재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워킹그룹에는 미 국무부, 상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어 빠르게 제재 면제에 관한 협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워킹그룹 기능 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외교부는 2019년 5월부터는 한미 워킹그룹이라는 명칭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한미 실무 협의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그나마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모두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워킹그룹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후 줄곧 한미 워킹그룹의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워킹그룹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나 협력 사업 등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장관은 이날 대정부 질의에서 “새로운 미 정권이 출범하며 워킹그룹의 출범을 종료하고 양국간 협의 채널,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은 있을 수 있고 필요한 일”이라며 “한미 양국이 다양한 채널과 다각적 접촉을 통해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응 방침을 마련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간 협의 외에도 국장급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이날 오전 워킹그룹 폐지 이후 남북협력사업 조율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차관은 “한미 간에 대북정책과 관련된 포괄적인 조율은 매우 중요하다. 워킹그룹이 사라졌다고 해서 중단이 아니다”며 “평화기획단장과 대북특별부대표로 국장급 협의체를 해서 여러 가지 제재와 관여 등에 관한 실무정책을 포함해 포괄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워킹그룹은 곧 제제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의제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특히 최 차관은 한미 워킹그룹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배려 차원이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북한에 시그널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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