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탄핵의 강 건넌 국민의힘…‘문파’ 손 못 놓는 민주당

김지현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6-15 03:00수정 2021-06-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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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대구가 광주처럼 전략적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 대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의원 A는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일으킨 돌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실 대구는 아직도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한마디로 서로 신상 파악도 가능한 보수적인 동네”라며 “그런 대구가 36세의, 그것도 원외 인사인 이 대표를 지지했다는 건 정말 정권교체 하나만 바라보고 모두 똘똘 뭉쳤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대표는 3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는 ‘폭탄발언’ 뒤로 오히려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그는 연설회 직후 한 인터뷰에서 “대구 시민들이 (탄핵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발언 이후 오히려 지지세가 모이는 것 같아 보수의 중심이던 대구가 보수 개혁의 선봉에 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여의도 문법을 완전히 뒤집은 ‘이준석 현상’이 민주당에 던진 충격파는 작지 않다. 당내 소장파로 불리는 B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처럼 ‘조국이니까 봐주고, 오랜 당 동지이니 봐주자’는 식으로 쇄신은 턱도 없다”며 “이준석처럼 다들 애써 외면해 온 당의 폐부를 제대로 찔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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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치 문외한’으로 분류했던 20, 30대 남성들이 이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치권 내 세대교체를 주장해 온 C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젊은 층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커밍아웃’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요즘 “너 민주당 지지하냐”란 말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욕이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생긴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8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은 이미지 변신에 사활을 걸었다.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는 그 뒤로도 꾸준히 광주를 찾아 5·18 유족을 만났다. 지난해 12월엔 당 지도부가 탄핵 사태에 대해 재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렇게 꼬박 1년간의 지극정성이 모여 만들어낸 변화다.

반면 같은 기간 민주당은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 ‘문파’만 바라봤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꼼수’가 필요했을 때도, 올해 4·7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고 싶을 때도 권리당원의 손만 살짝 빌려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손쉬운 당심을 택했다. 그래서 선거에서 참패해 놓고도 당내 쇄신 분위기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사그라졌다. 문파들의 모진 ‘문자 테러’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겠다던 의원들도 다시 입을 닫았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은 당 안팎 갈등을 뚫고 탄핵의 강을 건넜다. 그렇게 태극기 부대 이미지를 씻어냈고, 그게 곧 이준석 돌풍이 불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했다.

물론 ‘이준석호’ 출범이 갑신정변처럼 3일 천하로 끝날지, 메이지유신처럼 체제 개혁까지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보수 진영이 오랜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건 확실해 보인다. 민주당의 오랜 ‘야당 복’도 끝나가는 듯하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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