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백신 2000만회분 해외지원”… 한국 정부에 미리 알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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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AZ 6000만회분 이어 백신 외교… “대가 안 바란다” 中-러 견제 나서
반도체 협력 핵심 대만 포함될수도… WHO 총장 “세계 위한 헌신에 감사”
일각 “깊은 상처에 밴드 한장” 비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총 2000만 회 분량의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을 해외 국가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백신을 앞세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시도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는 향후 한미 간 백신 스와프 및 한국의 아시아 백신 생산 허브 기지 구축 시도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이번에 백신 추가 지원 발표를 앞두고 한국 정부에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리가 글로벌 백신 공급 계획을 짜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발표 내용을 한국 정부에 미리 설명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에 맞춰 백신 스와프뿐 아니라 미국 제약업체의 국내 위탁생산, 양국 관련 기관의 공동연구 등 여러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자국 내 사용을 승인한 백신을 해외에 지원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400만 회분 이상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인접국 캐나다와 멕시코에 지원한 적이 있지만 이 백신은 아직 미국에서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1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백신 해외 지원 발표에 대해 “팬데믹 국면의 분수령이자 바이든 행정부(외교)의 중심축”이라고 평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환영 의사와 함께 “전 세계 보건을 위한 헌신에 감사한다”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백신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외교’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백신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가치, 우리가 증명하는 혁신과 독창력, 미국인의 근본적인 품위로 세계를 이끌기 원한다”고 했다. 또 “백신을 외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미국은 그 어떤 대가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였던 것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는 전 세계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는 다짐도 거듭 밝혔다.

미국이 앞서 밝힌 6000만 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합쳐 모두 8000만 회 분량의 백신 지원이 전 세계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이즈 퇴치 활동을 해온 그레그 곤슬라브스 씨는 뉴욕타임스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을 늘릴 계획 없이 8000만 회 분량을 기부하는 것은 깊이 베인 상처에 밴드 한 장 붙이는 셈”이라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지원 발표가 시작일 뿐 앞으로 추가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을 글로벌 팬데믹 대응 책임자로 지명했다. 자이언츠 조정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백신 해외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분량과 방법, 순서, 기준 등 세부사항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인의 접종이 상당 부분 완료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8세 이상 성인의 접종률이 59.8%까지 올라오면서 현재는 하루 200만 회 정도로 접종 속도가 둔화됐다. 50개 주 모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감소하는 기록도 나왔다.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2만8000여 명(15일 기준)으로, 일주일 평균은 3만1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월 8일 31만2000여 명의 10% 이하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백신 지원 대상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의 백신 지원 요청이 밀려드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에 일부 백신을 보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는 대만 관영 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백신 공유 명단에 대만이 포함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 왔으나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핵심 역할을 할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TSMC가 대만에 있다. 이 때문에 대만은 미국의 외교에 있어 전략적 비중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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