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비판전단 배포 30대 모욕죄 고소 취하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5-04 15:53수정 2021-05-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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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동아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배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30대 남성 A 씨에 대한 모욕죄 고소를 취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모욕죄와 관련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한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용인해왔지만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 주간지의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의사 철회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도 정부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취지에서 개별사안에 따라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 국민명예, 국가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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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취재진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 청와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인지 묻자 “혐오스러운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감내하겠다는 뜻으로 봐주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고소를 검토한 주체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청와대에서 논의를 했다”며 “처벌 의사 철회를 하는 마당에 어디서 언제 검토했는지는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취하의 뜻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또한 신중하게 판단해 또 모욕죄로 고소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안의 경중이나 정도에 따라서 열려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 이외에 다른 고소 건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7월 국회 분수대 부근에서 문 대통령 등을 비방한 전단 수백 장을 살포한 혐의(모욕죄 등)를 받고 있다.

해당 전단에는 문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선대(先代)가 친일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단의 다른 면에는 일본 음란물 이미지와 함께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실렸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여서 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리인이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모욕죄 고소가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2020년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가짜뉴스’는 우리도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면서도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밝힌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다”고 고소 취하를 촉구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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