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한 오세훈…부동산정책 ‘박원순표 지우기’ 나선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4-08 08:56수정 2021-04-0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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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0시 20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두손 들어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면서 부동산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공공 주도 도심 주택 공급방안’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오세훈 신임 시장은 민간 주도의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야당 출신의 시장이 들어섬에 따라 각종 부동산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의 갈등도 불가피해졌다. 시장 규제에 대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른 데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오세훈표 부동산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임기가 1년 3개월 남짓에 불과한데다 서울시 의원 대부분과 서울시 산하 25개 구청장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하곤 나머지가 모두 여당 소속이라는 점은 큰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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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 허용 등 개발 규제 완화 초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5.2를 기록, 2월(114.7) 대비 0.49% 상승했다. 상승세는 지난해 6월 이후 지속했으나, 상승 폭은 5개월 만에 줄었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1.4.7/뉴스1 (서울=뉴스1)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오 시장의 부동산 관련 공약을 종합해보면 ‘규제 완화를 통한 서울시 강·남북의 균형 발전 모색’으로 요약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과제도 제시돼 있는데, 크게 5가지 갈래다.

오 시장의 공약을 종합 분석한 도시정책학회에 따르면 첫 번째가 ‘다핵 경제도시로 만들기’이다. 이는 서울을 크게 3개 경제축으로 나눠 집중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Ⅰ축은 강서~구로~금천을 중심으로 관악과 영등포구등을 합쳐 첨단산업 중심지, 경제 Ⅱ축은 서초~강남~송파~강동을 묶어 과학기술, 스포츠, 여가 등의 중심지, 경제 Ⅲ축은 마포~용산~동대문을 중심으로 나머지 지역을 묶어 문화, 교육, 금융 등의 중심지로 각각 개발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 지역을 서남권, 서북권, 동북권으로 묶어 지역별 특화사업과 철도 도로 등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개혁’이다. 서울 도시계획 조례 개정 등을 통한 용적률 상향 조정과 불합리한 용도지역 체계 정비 등이 포함된다. 세 번째는 ‘주택공급을 위한 제도 개선’이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고도 제한 등의 폐지, 재건축 재개발 도심 고밀개발 등을 방해하는 기본계획 재정비 등이 세부 과제이다.

네 번째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기존 사업 활성화’이다. 18만5000채 주택 확보를 목표로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와 뉴타운 정상화 등이 추진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주택공급 모델 개발 및 적용’이다. 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 제도(‘상생주택’)과 도심형 타운하우스인 ‘모아주택’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10만 채를 추가 공급하는 게 목표이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서울시가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시장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면서도 “일부 과제는 임기 내 달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국토부와 서울시의 ‘밀월관계’는 어려울 듯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 News1
서울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정치적인 위상이 높은 자리로 여겨진다. 인구 1000만 명에 달하는 수도 서울이라는 세계적인 도시를 책임진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대권을 꿈꾸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곧잘 갈등을 빚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8년 7월 싱가포르에 출장을 갔다가 동행한 기자단에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개발하는 ‘뉴 여의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일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여의도 통개발’ 발언이다.

평소 재개발·재건축에 반대하며 ‘도시재생’을 앞세웠던 박 시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얘기였고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와중에 여름 비수기인데도 개발 호재를 기대한 여의도와 용산 아파트 값이 곧바로 들썩였다. 1주일새 호가가 1억~2억 원씩 치솟기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안정을 위한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며 공을 들이던 정부로서는 날벼락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출신 새 시장이 들어서게 되면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한 일로 여겨질 정도다. 게다가 오 시장은 33대(2006년 7월~2010년 6월)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끊임없이 치고받은 전례가 있다. 노무현 정권(2003~2008년) 말기와 겹쳐지던 2006년과 2007년에 용산기지 활용방안, 뉴타운 개발, 송파신도시(현재의 위례신도시) 개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이다.

당장 공약으로 예고한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뉴타운 정상화’ 등은 현 정부에서 금기어처럼 여기는 정책이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밀월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민주당 점령한 시의회와 구청장 장벽 넘어야
이런 관계는 뒤집어 보면 오세훈표 주택공급 정책이 넘어야할 산이 매우 높고 험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 결과가 레임덕과 정권 재창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현 정권이 지지세력 규합을 위해 ‘부동산 규제 방침’의 고삐를 더 조일 수도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팽팽한 만큼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정책을 펼치는 데 협조와 승인을 받아야 할 서울시 의회와 서울시내 25개 구청장이 거의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은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전체의원 110명 가운데 민주당이 101명(91.8%)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25개 구청장도 서초구를 뺀 나머지는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서울시 의회와 서울시내 구청장의 민주당 쏠림 구조가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여당이 시의회와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정책을 이끌고 나가는 데 필요한 협조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울시의회나 구청장들이 막무가내로 오 시장의 정책을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막중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즉 정책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각종 규제 완화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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