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무서운 ‘민심’의 승리, 잘하라는 ‘채찍’”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8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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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느낍니다. 잘 하라는 국민들의 채찍으로 받아들입니다.”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자(국민의힘)는 7일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심이 이 정권의 실정에 대해 심판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리고 당선이 확실시된 이날 오후 11시에는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시민을 섬기는 좋은 시정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표출된 민심에 따라 국정을 대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그 무서운 심판의 민심은 저희를 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선거 기간 중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았다. 엘시티 거주는 특혜나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자료를 통해 확인해 주겠다. 머지않은 시점에 엘시티 문제를 처리하고 남는 수익은 공익을 위해 쓰겠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집에 산다는 도덕적 비판을 수긍한다”고도 했다.

부산시장 고지를 탈환한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내게 힘이 되는 시장’ ‘말이 통하는 사람’이란 슬로건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당선 소감에서도 그는 “더 겸손한 자세로 시정에 임해 실망이 없도록 하겠다. (여당과의) 협치와 통합에도 힘을 쏟겠다”며 소통을 약속했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엘시티 소유 의혹,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등에 업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진보 진영에 내줬던 부산지방 권력을 3년 만에 되찾았다.

박 당선자 측은 문재인 정권 4년, 오거돈 시정 3년의 ‘정권 폭주에 제동을 거는 선거’ 프레임을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부산을 바꾸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선거 구호를 내걸었던 만큼 이번 승리로 부산 발전을 이 끈 뒤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각오다. 남부권 상생발전으로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 사건으로 치러진 점을 감안해 혁신에 무게를 두고 임기 1년 2개월 동안 부산시정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자는 이미지처럼 실용과 합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부산시정의 변화를 이끌어나가지 않겠냐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다. 급진적인 혁신보다는 점진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임 시장의 정책 방향은 바꾸되 각종 주요 사업은 차질 없이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그는 선거 기간 중 주요 공약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 남부권 물류허브 기능의 경제 공항인 가덕신공항, 일자리와 기업이 몰리는 최고의 산학협력도시, 시민의 삶과 환경까지 살리는 15분 도시 조성 등 미래 비전이 담긴 정책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이나 서부산개발 등 주요사업은 영속성을 가지고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주요 사업들은 같은 당의 민선 6기 서병수 전 부산시장 때도 추진했던 사업들이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여서 당선과 동시에 곧바로 부산시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도 한 이유다.

그는 선거기간 중 여당에서 ‘야당 시장이 되면 가덕공항이 흔들린다’고 한데 대해 “지금부터다. 가덕신공항은 불가역적인 사업인 동시에 신속하게 추진해야하는 사업, 정말 성공한 사업이 되어야 한다”며 여당과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힘을 합쳐 가덕신공항을 국제 물류 허브공항, 남부권 전체를 연결하는 국제공항으로 만들고, 부산의 신물류·신산업을 육성하는 혁신의 기폭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덕신공항 문제에 관한 한 정치공항이 되어서는 안 되고 경제공항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야 부산이 준비하고 있는 2030부산월드엑스포도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그는 4개 분야 24개의 정책성 공약으로 ‘시민 한분 한분이 행복한 도시’의 구상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기업 신사업 유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활성화, 도심형 청년 일자리 마련 등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부산은 △원(原)도심권 △고(古)도심권 △낙동강·서부산권 △신공항·에코델타권 △제2센텀·동부산권 △북항·동천권으로 나눠 ‘부산 100년 번영’의 초석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풀어야 할 난제도 있다. 부산시의회, 부산의 각 기초단체와 협력 관계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바람이 불면서 부산시의회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39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2명이기 때문이다. 또 부산의 16개 기초단체 중 12개 기초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예산과 주요 시정 추진에 대해 시의회 협력이 필수적인 시장으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혁신과 부산경제 살리기라는 큰 틀에서 소통하면서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그나마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15명이 같은 당 소속이어서 국회차원의 협력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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