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에 따르면 18일부터 연차를 내고 지방에 칩거해 온 신 수석이 22일 출근해 사의 여부를 표명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 수석이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며 고민했을 것”이라며 “본래 모습대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주말 동안 신 수석에게 청와대 복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신 수석이 정치적 후폭풍과 국정 운영 부담 등을 고려해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의를 거두지 않더라도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신 수석의 사의 철회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 수석은 휴가 동안 지인들에게 “동력을 상실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 관계는 시작도 못 해보고 깨졌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사의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신 수석은 안 돌아간다. 이게 팩트”라고 전했다.

핵심은 이번 인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재가’ 시점이다. 검찰청법 34조에 따라 검사 인사권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통상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조율을 거친 인사안이 민정수석실을 거쳐 상신되면 이를 대면결재하거나 전자결재 한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인사안이 상신되는 통로인 신 민정수석은 일요일인 7일 낮 12시 법무부가 인사안 발표를 출입기자단에게 공지할 때까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정식 결재나 사전승인 없이 독단으로 인사안을 관철시켰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신 수석이 박 장관에 대한 감찰 필요성까지 제기한 것도 박 장관이 인사 전횡을 했다는 판단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신 수석은 본인이 검찰인사안을 패싱당했다고 감찰을 요구하지는 않을 사람”이라며 “대통령 패싱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법조인은 “신 수석이 감찰 등을 요구했다면 그 배경이 간단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한 고위 법조인은 “검찰 인사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재 시점이 중요하다. 사후 결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당시 임명된 지 10여 일밖에 안 된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지 않은 채 인사안을 예고 및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장관이 정상 절차인 민정수석 라인이 아닌 ‘제3의 경로’를 통해 문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고 인사안을 강행했을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법무부의 인사안 발표 직전이나 발표 직후 인사안을 구두로 승인하고 사후 결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결재 시점과 맞물려 청와대가 “있었다”고 얘기해온 문 대통령 ‘재가’의 의미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정식 결재를 받지 않고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대통령 재가 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인사 과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박 장관 인사안에 대한 사후승인을 ‘재가’란 의미에 포함해 해석한 것일 수 있다”며 “청와대 해명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사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건 전례가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신 수석이 대통령의 승인 시점 등 인사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신현수 수석을 중용한 이유는 모두 그들의 바른말과 상식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신 수석이 물러날 처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1월 “대통령의 24시간은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인사 결정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겠다. 밀실·정실 인사가 감히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고도예 기자·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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