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이 한반도 참화 가져와”… 시진핑 반박한 美 ‘6·25 프레임 전쟁’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0-10-27 03:00수정 2020-10-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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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6·25는 제국주의 침략”에… 美국무부 “北, 中 지지받아 남침”
習, 항미원조 강조하며 경고 보내자
美, 이례적 정면 반박… 갈등 고조
미국 국무부가 6·25전쟁을 ‘미 제국주의 침략’으로 규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연설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무부가 해외 지도자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이례적이다. 6·25전쟁이 미중 갈등의 핵심 소재로 부각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두 강국의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간)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리트윗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70년 전에 (6·25)전쟁이 그저 ‘발발했다(broke out)’고 주장한다”며 “팩트는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지를 받으며 남한을 침공했다(invaded)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진영 국가들이 맞서 싸우자 중국 공산당은 압록강을 건너 수십만 명의 병력을 보내 한반도에 참화를 가져왔다”고도 지적했다.

시 주석의 발언을 국무부가 직접 반박하면서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으며 중국이 이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6·25 발발 4개월 뒤인 1950년 10월 25일 참전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게시물을 대사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리트윗하면서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6·25전쟁을 “북한의 남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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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의 이번 반박은 시 주석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정신’을 강조하며 미국에 수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한 정면 대응으로 풀이된다.

국방-외교장관 “시진핑 6·25 발언에 동의 못해”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 사진)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서 장관은 6·25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자 전쟁’으로 규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장관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이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美 “中공산당이 한반도 참화 가져와”… 6·25 소환해가며 신경전▼

6·25전쟁이 최근 첨예해진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등장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25전쟁을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규정하면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를 강조하자 미국 국무부가 바로 “중국의 지지를 받은 북한의 남침”이라고 받아치며 일축한 것.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무력충돌 위기까지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70년 전에 발발한 6·25전쟁까지 소환해가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 자유국가들의 ‘반중 연대’ 강조한 美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6·25전쟁이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의 남침임을 분명히 한 뒤 “자유진영 국가들이 (북한군에) 맞서 싸울 때 중국 공산당은 수십만 명의 병사를 보냈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유엔 참전국 등 자유진영 국가들이 당시 북한과 중국 공산당에 맞서 연대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 이는 현재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함께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구도와 다르지 않다.

6·25전쟁에서 5만4000여 명의 전사자를 낸 미국은 올해 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피로 맺어진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전쟁을 중국이 ‘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규정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은 시 주석이 미국의 ‘제국주의’를 강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을 지키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국방력 강화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것.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시 주석의 23일 발언 중 “전쟁으로 전쟁을 멈추고 전쟁의 승리로 평화와 존경심을 얻는 것이다”라고 한 부분을 주목하며 “심화하는 미중 경쟁의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그저 물러나 있지 않고 힘을 키우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까닭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역내 전선 구축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7일 인도에서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6·25전쟁을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로 언급한 뒤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던 방탄소년단(BTS)에 대해 “BTS가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지하는 노력을 보여준 점이 고맙다”며 응원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 정부, 習 발언 사흘 만에 뒤늦게 “6·25는 남침”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은 시 주석의 6·25전쟁 왜곡 발언이 나온 지 사흘 만에야 뒤늦게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6·25전쟁은) 명백한 남침이고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사주를 받아 (북한이) 남침한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의 ‘제국주의 침략자의 전쟁’ 발언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남침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중국에 대해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그간 반박 입장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해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중국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BTS보다 못한 외교부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22일 시 주석이 ‘항미원조’ 관련 전시관을 찾아 “(이는) 정의와 평화의 승리”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건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 연설 이후 별도의 성명 등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 한기재 기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미중 갈등#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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