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국감, 15시간에 종료…윤석열, 밤새도록 작심발언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23일 0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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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정면 비판 "총장은 장관 부하 아냐"
"文이 임기 지키라 했다…소임 다할 것"
'조국 낙마' 발언 설명…"선처 언급에"
김봉현 의혹에 '문제 없다' 취지 해명
의원과 충돌도 불사…"식물총장" 자평
추미애와 간접 설전…관계 악화일로
정치참여 여지 밝혀…"봉사 방법 생각"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3. [서울=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3. [서울=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관련 비위 의혹 등 현안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현안뿐만 아니라 추 장관과의 인사 갈등, 자신에 대한 거취 논란, 아내 관련 의혹, 조국 전 장관 수사 등에 대해서도 그간 감춰왔던 속내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추 장관과 여당이 윤 총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국감을 반격의 장으로 활용한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전 1시께까지 약 15시간에 걸쳐 대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윤 총장도 참석해 장시간 답변에 나섰다.

윤 총장은 평소 검찰을 둘러싼 현안이 불거져도 좀처럼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만큼 이날 국감 출석에 큰 관심이 쏟아졌다. 국감 시작에 앞서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 책임자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이 전해져 국감을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윤 총장은 오전부터 추 장관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달궜다. 야당 의원들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거론하자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법무부를 향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에 대해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추 장관의 검찰 인사가 적정했냐는 질의에 “그런식으로 인사하는 법은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나아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관련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얘기하나를 가지고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며 국민과 한 약속이다”며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을 다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했다”라며 “여러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나서 지난 총선 이후에도 아마 더불어민주당에서 뭐 사퇴하란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줬다”고 털어놨다.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한 의혹도 해명했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전 장관은 언론을 통해 조 전 장관 압수수색 당일 윤 총장으로부터 ‘조국은 장관후보에서 낙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박 전 장관이) 어떻게 하면 선처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서 ‘야당과 언론에서 자꾸 의혹 제기를 하는데, 만약 여기서 사퇴를 하면 조금 조용해져 저희도 일 처리를 하는데 재량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면서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저도 의견을 드린 것이다. 제가 무슨 그분에게 그런 뜻에서 말씀드린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수사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도 인간이기에 굉장히 번민했다”고 덧붙였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도 적극 해명했다.

야권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보고 체계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첩보 단계에서는 검사장에게서 직보를 받기도 한다”고 답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야권 정치인 사건을 뭉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첩보 단계라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는 여당의 지적에는 “관련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대응했다.

공격적인 질의를 이어가는 의원들과는 충돌도 불사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아내의 자산 등을 문제 삼자 “저희 집사람은 어디가서 남편이 검사라고 얘기 안 한다”며 “(부인의 재산은) 쭉 갖고 있었던 것이고 사업을 했다. 그걸 어떻게 하느냐. 그것으로 부동산을 사느냐”고 따져물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언급하며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싸기 의혹을 제기했는데, 윤 총장은 다소 격앙된 태도로 항변했다. 그는 “저는 비호할 능력도 없다. 인사권도 없는 사람이다”며 “밖에서 다 식물총장이라고 하지 않느냐. 인사도 다 배제됐는데 제가 누구를 비호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 비위 의혹 관련 검사들이 나온 도표를 제시하자 “도표를 보니 1987 영화가 생각난다. 라인이라는 게 뭔지 모른다”며 우회 비판했다.

여당을 중심으로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의뢰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높았다. 당시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자신이 보고받은 사안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제가 몰랐다고 해도 좀 더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을 계기로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윤 총장이 “부하가 아니다”고 발언한 뒤 추 장관은 SNS에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고 썼다. 추 장관이 이날 검사 비위 의혹 무마 가능성을 감찰하라고 지시하자, 윤 총장은 “보통 수사가 끝난 뒤 문제가 있으면 이렇게 (감찰을) 하는데 서울남부지검에서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수사가 박진감 있게 진행되고 있어 수사나 소추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많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끝으로 윤 총장은 임기가 끝난 뒤 정치에 나설 계획이 있냐는 취지의 질문에 “향후 거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혜택을 받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소임을 마치고 나면 사회와 국민들에 대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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