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 불가피” 秋 손들어 준 靑…“자칫 역풍 불수도” 노심초사 與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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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청와대는 추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 행사 여부를 보고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 상황에서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암묵적 방조 속에 추 장관이 다시 한 번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을 청와대도 용인한 것. 동시에 여권은 추 장관의 계속된 거침없는 행동이 연말 정기국회와 내년 재보선을 앞두고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 靑, 수사지휘권 모른다면서도 “수사 지휘는 불가피”

청와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한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필요성은 인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속하고 성역을 가리지 않는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런 청와대의 태도에 대해 “사실상 차도지계(借刀之計·남의 칼을 빌려 일을 해결함)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 총장을 청와대가 직접 칠 수 없으니, 추 장관의 손을 빌려 대신 손보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수사지휘권 발동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추 장관의 ‘오버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지켜보는 기류가 역력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로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연말 개각 전후 동시에 물러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추 장관에게 별다른 마음의 빚을 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더라도 법무부 장관을 교체하며 수습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인식은 추 장관이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별다른 정치적 접점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추 장관은 2017년 당 대표 시절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구성을 놓고 친문 진영과 격렬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 친문 인사는 “추 장관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의 캠프 입성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갈등했다”며 “그때만 해도 추 장관의 입각은 불가능한 이야기였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의 낙마가 상황을 180도 바꿔 놓은 것”이라고 했다.

● 당정청 회의에서 “추 장관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여권은 일단 겉으로는 추 장관을 옹호하지만 계속 통제 불가 상황으로 치닫다간 중도·보수 진영의 결집을 불러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추 장관을 두고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나왔다. 추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 등 윤 총장의 측근을 또 다시 제거하는 과정에서 당청 간 조율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참석자는 “총리실은 물론이고 당과 청와대 모두 추 장관이 컨트롤이 안 되고 있다”며 “싸워도 전략적으로 싸울 필요가 있는데 추 장관은 무턱대고 칼을 휘두르는 스타일 아니냐”라고 했다. 추 장관이 아들의 휴가 관련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소설 쓰시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긴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거침없는 진격’이 법무부 장관 이후를 염두에 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을 수락하면서 이미 차기 대선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며 “윤 총장을 치고, ‘검찰 개혁’을 성과 삼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는 정치적 낙인을 지우고 민주당 열성 지지층에게 어필하겠다는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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