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美비건 만나고 귀국…“종전선언 좋은 토대 만들어져”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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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추진 의지 설명한 듯…美는 신중 입장
비건 "미국과 한국 만으로 못해…北 관여 필요"
이도훈 "비핵화 진전 방안, 깊이있고 폭넓게 얘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일 3박4일 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가운데 미국과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이 본부장은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비건 부장관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미 행정부 인사들과도 두루 접촉했다. 지난 7월에는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찾은 데 이어 두 달 만의 만남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이례적으로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긴밀한 협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방미는 북한군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살한 후 이뤄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 필요성을 제기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직후 진행되면서 한미 간 협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이 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한국 공무원 총살 사건에 대해 “충격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우리의 외교를 계속 증진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건 부장관은 “미국과 한국은 외교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 한국인들의 밝은 미래, 북미 관계 정상화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논의한 창의적 아이디어에 많이 감사하다”며 “하지만 미국과 한국, 우리만으로 할 수 없다.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고, 그들이 준비됐을 때 논의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비건 장관이 언급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건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종전 선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미국 현지에 도착해 “모든 관련된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종전선언을 얘기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 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미 협상이 지난해 2월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나설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거론해 왔다.

이에 이 본부장은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를 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청와대는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로 들어서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귀국길에 특파원들과 만나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미 행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며 “매우 의미있고 실질적인 대화를 가질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 지, 대화가 재개됐을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대해서 어떻게 진전시킬 수 있을 지 깊이 있고 폭넓게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본부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냐는 질문에는 “아주 폭넓고 의미 있게 얘기를 계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더 좋은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핵화 상응 조치가 없는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상 한미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만큼 이를 좁혀나가기 위한 진전된 논의들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 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종전 선언의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했다”며 “문 대통령이 어떤 맥락에서 화두를 던졌고, 미국 역시 당사국으로서 어떤 협조와 지지를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종전선언을 들여다보면 법리적, 정치적으로 간단치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술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사항”이라며 “한미가 상당 부분 인식차가 좁혀졌다든지, 좁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이 이례적으로 언론 앞에 나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추석 연휴 직후인 7일부터 1박2일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미 대선 전 북미 접촉 등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미중 갈등과 같은 지역 정세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본부장은 이날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나 ‘창의적 아이디어’가 미 대선 전 가시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양측이 계속 다양한 계기와 수단을 통해 협의를 할 것”이라며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지만 앞서 나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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