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심 악화에 서둘러 제명… 김홍걸 탈당 안해 의원직은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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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최고위 열어 제명 처분

더불어민주당이 18일 부동산 논란을 빚은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다. 이낙연 대표가 새로 만든 당 윤리감찰단에 김 의원을 1호 조사 대상으로 회부한 지 이틀 만이다. 민심이 더 악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빠른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 DJ가 발탁한 이낙연, DJ 아들 제명

민주당은 16일 재산신고 누락 및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을 윤리감찰단에 회부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 의원은 4·15총선 당시 재산 신고에서 서울 강동구 아파트 분양권을 누락한 채 강남구 서초구 아파트와 DJ의 동교동 사저 등 3채만 신고했다. 김 의원은 총선 뒤 분양권(당시 시세 12억3500만 원)을 약 6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았고 강남구 아파트는 아들에게 증여했다.

윤리감찰단장인 최기상 의원은 17일 김 의원을 만나 이런 의혹들과 자금 출처 등에 대해 물었지만 김 의원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최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제명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18일 오후 5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를 정계로 이끈 인물이 DJ인데 오죽하면 DJ의 아들을 제명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의원 제명을 결정한 것은 양정숙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최고위 결정에 앞서 일부 의원은 탈당을 권유했지만 김 의원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당의 제명 조치로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야당 “김홍걸 의원, 의원직 내놔야”

민주당이 신속하게 제명을 결정한 것은 김 의원이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과 상반된 행보를 수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김 의원은 분양권을 포함해 3채의 아파트를 보유했었다. 여기에 민주당은 전세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하는 법을 밀어붙였지만 김 의원은 전세금을 4억 원 올려 받았다. 여권 관계자는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김 의원이 수십억 원의 재산을 가진 것도 의아한 대목”이라고 했다.

동교동계가 김 의원에게 등을 돌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김 의원이 DJ의 동교동 자택과 노벨평화상 상금을 두고 형인 김홍업 전 의원과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제1부속비서관 출신으로 DJ의 측근이었던 김한정 의원도 이날 “집을 여러 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김 의원이)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며 사실상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제명 결정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비판은 계속됐다. 앞서 김 의원을 향해 ‘호부견자(虎父犬子·아버지는 호랑이, 아들은 개)’라고 맹비난했던 정의당은 “김 의원은 더 이상 추한 모습으로 부친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고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을 향해 “당 명부에서 이름만 뺀 게 무슨 징계인가”라며 “진정 반성한다면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의원직 제명’토록 조치하라”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민우 기자
#더불어민주당#김홍걸 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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