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뜯어보면 의외로 긍정적?…靑, 북미 대화 가능성 주시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12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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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철길 위에 평양이 표시돼 있다. /뉴스1 © News1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철길 위에 평양이 표시돼 있다. /뉴스1 © News1
청와대는 지난 10일 발표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대화 시그널’을 포착하고 향후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김 부부장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10월의 서프라이즈’를 고려한 듯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담화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단절됐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김 부부장 담화 곳곳에 포진한 ‘긍정 시그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한 분석을 끝낸 청와대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관계에서 최대의 적은 무관심”이라며 “관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북한이 북미 정상 간 친분을 여전히 신뢰하고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미국에는 강경파의 ‘적대적 행동’을 경계하고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를 언급하며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정상 간 신뢰 과시…‘위기관리’ 수준의 북미회담엔 선긋기

김 부부장은 북미회담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라며 “하지만 또 모를 일”이라고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그는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심할 바 없이 굳건하고 훌륭한” 관계를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린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변함없는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위기관리’ 수준의 북미회담에는 선을 그었다. 미국의 정치적인 목적에 “끌려다니지” 않고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지다.

김 부부장은 “미국에 있어서 당장 필요한것은 수뇌회담 자체나 그 결과가 아니라 우리와의 관계에서 수뇌들간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자기들에게 정치적으로 재앙거리가 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를 눅잦히고(누구러뜨리고) 발목을 잡아 안전한 시간을 벌자는데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볼턴 회고록 이후 첫 김여정 담화…‘패 드러난’ 미국에 주도권 잡기

이른바 ‘볼턴 회고록’ 파문으로 그동안 북미협상에서의 미국의 ‘패’가 고스란이 드러났다. 이번 담화는 회고록 파문 이후 첫 담화인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대한 평가를 ‘북미 정상 간 친분’에 대한 과시로 드러낸다.

다만 이를 별개의 문제로 두고 미국 대선의 영향과 그동안 북미회담에 부단히 개입했던 미국 강경파를 상대해야 한다는 판단을 토대로 장기적인 플랜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과 그아래에서 심심치 않게 엇박자를 내는것이 의도적인 흉계인지, 대통령의 불확실한 권력 장악력으로부터 산생되는 일인지는 평하고 싶지 않다”라며 “어쨌든 조미수뇌들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동안의 협상 의제는 다루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며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그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협상 틀을 제시했다.

◇진전없는 대화 속 ‘침묵’ 깬 北…가장 빠른 접촉은 DVD 전달?

김 부부장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든 걸림돌이 될 미국 강경파의 ‘적대적 행동’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현 집권자와의 친분관계보다도 앞으로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능력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라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에도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가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단절된 북미 대화 속에서 남북협력으로 물꼬를 트려 했으나 그동안 묵묵부답이었던 북한의 속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북미 간 접촉이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 DVD가 될지도 관심이다. 김 부부장이 담화 마지막 부분에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가 담긴 DVD를 ‘개인적으로’ 얻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허락을 받은 메시지이며,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안부인사도 전했다.

김 부부장이 직접 밝힌 만큼 북미가 DVD를 어떤 방식으로 접촉해 주고받을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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