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손흥민이 골키퍼-이운재는 최전방 공격수 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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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2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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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가 ‘청와대 심부름센터’로 전락
‘축구’를 공 들고 뛰어가는 ‘럭비’로 바꿔
사이다 라고?…결국 독재 정치 낳을 것
공수처법 바꾸면 역사에 남을 범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일 “민의의 전당이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가 ‘청와대 심부름센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권 사람들은 전 정부 때 ‘이게 나라냐’고 했지만 저는 현 정권 사람들에게 ‘이건 나라냐’고 묻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먼저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것에 대해 “손흥민 선수가 골키퍼가 되고 이운재 선수가 최전방 공격수가 된 격”이라고 비유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을 각자의 전문성이나 의사와 상관없이 각종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놓고 여당은 35조원이 넘는 추경안 심사를 강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졸속으로 3조원 넘게 늘렸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시간 30분 만에 2조 3200억 원을 증액했다. 1분당 258억의 국민 세금 부담을 더 늘린 셈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조건 추경을 통과시키라는 대통령 하명에 국회와 야당의 존재는 부정됐고 국민의 지갑은 영혼까지 털렸다”며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도 무시하고 입법부는 청와대의 명령대로 처리해주고 형식만 갖춰주는 산하기관이 되었고,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작동원리인 소수의견 존중, 대화와 타협은 사라져 버렸다. ‘무늬만 국회’가 됐다”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여당은 아예 경기 종목 자체를 바꾸려 한다”며 “국민이 준 180석은 축구를 핸드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반칙을 해서라도 무조건 골을 넣으면 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다. 그걸 착각하고 온갖 반칙과 편법을 자행하고, 그래도 마음대로 안 되면 아예 공을 들고 뛰어가는 럭비로 종목 자체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추경안이 통과되고 나면 공수처법 차례일 것이다”며 “벌써 여당 대표 입에서 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권을 무력화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이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수처장 추천에서 야당을 배제한 선례를 만들고 나면, 그들은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 임명 방식에도 손을 댈 것이다. 교섭단체가 돌아가며 추천하는 국회 몫을 자신들이 독식하려 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공수처법을 바꿔 야당의 공직 후보자 추천권을 강탈하고 정권에 부역하는 인사를 임명한다면 이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의회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역사에 남을 범죄가 될 것이다”고 개탄했다.

또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국정운영을 두고, 혹자는 사이다처럼 시원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장은 사이다가 시원할지 모르지만, 거기에 중독되고 의존하면 결국 남는 것은 당뇨병 같은 성인병뿐이다”며 “독선적인 사이다 정치는 결국 독재라는 당뇨병 정치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군부독재의 불의에 맞서 싸웠던 정의는 사라지고, 어느덧 닮은 꼴로 그 악행을 답습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민심을 빙자해 입법부를 청와대 심부름센터로 전락시키는 부당한 지시를 당장 중단해 주시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 번 담 넘기가 어렵지, 두 번, 세 번 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평범했던 사람이 어둠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지금 독재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고 정부와 여당에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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