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장 자리가 결국 문제… 21대 국회 시작부터 ‘협치 실종’

최고야 기자 , 황형준 기자 입력 2020-06-30 03:00수정 2020-06-3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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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與, 32년만에 상임위장 독식
與 단독 본회의… 생각에 잠긴 김태년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앞)가 자리에 앉아 팔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원 구성 협상에 반발하며 본회의에 불참 선언을 하자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9일 여야는 원 구성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싸우다 결국 등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21대 국회 단독 개원,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미래통합당 의원 강제 상임위 배정에 이어 남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게 됐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민주화 이후 치러진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 법사위원장 합의 불발… 원 구성 최종 결렬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동을 가질 때까지만 해도 타결의 기대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한민수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은 35분 정도 이뤄진 회동 후 브리핑에서 “전날 사실상 협상 초안까지 만들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의견 접근을 이뤘던 여야 합의문 초안에는 전체 상임위원장을 11 대 7로 나누되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이 우선 선택권을 갖고 △체계·자구심사권 등 법사위 제도 개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법사위 청문회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또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과 3차 추경의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30일 개원식 개최 등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국정조사와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청문회 등으로 타협점을 찾는 듯했으나 결국 법사위원장 자리가 문제였다. 박 의장은 상반기 국회 2년은 민주당이, 대선 직후인 하반기 2년은 당시 집권당이 맡자고 중재안을 냈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차기 대선에 자신감이 있는 민주당이 결과적으로 21대 국회 4년 내내 법사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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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은 상반기엔 민주당, 하반기엔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절했다. 당내에 강경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는 하반기 법사위원장이라도 가져와 이를 마지노선으로 의원들을 설득해 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민주당의 거부로 협상 여지가 사라진 것. 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역사는 2020년 6월 29일, 33년 전 전두환 정권이 국민에 무릎 꿇었던 그날(과 같은 날), 문재인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기록할 것”이라며 “‘너희가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 가봐’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 의장실 탁자를 엎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 21대 국회 출발부터 ‘삐걱’… 협치 전망 ‘깜깜’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에 대한 반발로 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빠진 가운데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이 15일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독자 선출한 지 2주 만에 또 한 번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한 것. 야당 국회 부의장의 동의가 있어야 선출 가능한 정보위원장 1석도 추후 민주당이 가져간다면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갖는다. 또 박 의장은 통합당 의원을 임의로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상임위원장 독식을 강행하면서 민주당은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며 화살을 돌렸다. 이해찬 대표는 “저쪽은 (창구) 일원화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주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산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사리가 안 생기는데 여당 원내대표의 몸에는 사리가 생겼다”고 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김 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개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당에서는 “의회 치욕의 날”이라며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은 사라지고 어명(御命)만 남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인한 저 희희낙락과 일방 독주를 국민들이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협상 결렬이 김 위원장 탓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 개입설은 심각한 허위 사실이다. 민주당의 사실 호도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통합당 의원들은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과 여당은 103명의 통합당 의원을 강제로 상임위에 배정했다”며 “국회를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시킨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양보 없이 통합당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전무(全無)하다는 것이 재확인됐다는 자조도 나왔다.

최고야 best@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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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상임위장 독식#법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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