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볼턴, 판문점 회동 현장에 없었다”… 文대통령 불청객說 일축

한상준 기자 , 한기재 기자 입력 2020-06-23 03:00수정 2020-06-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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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후폭풍]靑 “회고록 사실 크게 왜곡” 반발
청와대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남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2018년부터 펼쳐진 비핵화 협상을 주도했던 한미 전·현직 안보 컨트롤타워 간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면서 향후 남북 및 북-미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靑 “볼턴은 남북미 회동 때 몽골에 있었다”
정 실장은 22일 볼턴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정 실장은 이어 “미국 정부가 이런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며 “이는 어제 저녁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전달했다”고 했다.

청와대 역시 별도 입장을 내고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전례 없이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비판을 제기한 것은 회고록 파문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 국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청와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 중 하나는 지난해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동행을 원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판문점)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이 완강하게 참석하려고 했고 가능하면 (남북미)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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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판문점 회담에 볼턴은 있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볼턴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동행했지만, 이후 판문점이 아닌 몽골로 향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북-미가 문 대통령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회고록 대목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 대통령이 2018년부터 시작된 비핵화 국면에서 ‘중재자’를 자처했던 데다 독자적인 남북 협력 제안 등 계속 주도적인 역할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볼턴은 회고록에서 “(1차 북-미 회담 취소 발표 후) 정 실장이 회담 취소는 문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망신 주기라고 말했다”고 적었는데, 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볼턴이 “정 실장이 나중에 김 위원장에게 (북-미 회담을) 제안하라고 제의한 게 자신이었다고 인정했다”는 부분도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전직 청와대 인사는 “그해 2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만나려 했던 것처럼 북-미 간 접촉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 靑, 구체적인 반박은 생략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청와대가 볼턴 회고록을 둘러싼 적극적인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서지 않은 것은 일정 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문 대통령이 1차 북-미 정상회담인 싱가포르 회담 참여를 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8년 6월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계획까지 마련했었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아 서울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봤다. 또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1년 내 비핵화를 할 것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이 동의했다”고 전했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담겨 있다. 이 ‘1년 내 비핵화’는 이후 볼턴이 미 언론 인터뷰에서 수차례 밝혔지만, 그때마다 청와대는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한기재 기자


#문재인 정부#볼턴 회고록#북미 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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