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쪽 국회’… 슈퍼 여당, 상임위 구성도 밀어붙일 태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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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파행 출발]범여권, 53년만에 단독 개원

집단 퇴장하는 통합당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집단으로 퇴장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사진행 발언에서 “여야의 의사 일정 합의가 없기 때문에 본회의를 열 수 
없다”며 “이를 항의하기 위해 (본회의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집단 퇴장하는 통합당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집단으로 퇴장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사진행 발언에서 “여야의 의사 일정 합의가 없기 때문에 본회의를 열 수 없다”며 “이를 항의하기 위해 (본회의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회의장을 선출했으니 이제)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겠다.”

5일 오전 21대 국회 첫 본회의 단독 개의를 강행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8일이 기한인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도 ‘슈퍼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 그는 “국정 운영을 논의하는 대화의 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하지만 야당이 과거의 관행으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주말 동안 이어질 원 구성 협상에서 미래통합당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의석수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통보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당 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최단 기간 내에 상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늦어도 6월 내 3차 추가경정예산 심사 등을 신속히 심의 처리하려면 최단 기간 내에 상임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다음 주 내로 상임위가 구성돼야 하고 특히 예결위가 빨리 구성돼 심사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법정 시한을 강조하며 본회의장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주말 동안 이어질 미래통합당과의 상임위 구성 협상에서도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무소속)이 임의로 상임위 배분을 할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도 나온다. 박 의장은 이날 첫 원내대표 회동에서 “만약 (상임위 구성이) 합의되지 않거나 국민 뜻에 부합하지 않으면 의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국회 독재’라며 대여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강행 직후 “단독 개원으로 국회 독재가 시작됐다”며 “이날을 뼈에 새기고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42%의 국민을 대표하는 통합당이 이대로 민주당 2중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할 수는 없다”며 “의회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헌정회관에서 유경현 대한민국 헌정회장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굉장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이날 본회의 강행은 앞으로) 당분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을 줄곧 압박하면서도 자칫 ‘독재’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협상의 끈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오늘 오후부터 (통합당과) 협상에 들어간다”며 “(정 안 되면) 8일 이후 상임위원장을 하나씩 선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8개 상임위원장을 한꺼번에 선출하지 않고 ‘살라미’식으로 쪼개 선출하면서 압박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것.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전날 통합당 측에 의장 선출에 협조할 경우 상임위원장 선출을 미룰 수 있다고까지 제안했지만 오늘 통합당이 끝내 협조하지 않았다”며 “주말 협상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을 경우 상임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이는 형태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가 결국 반쪽으로 출범하면서 21대 국회에서도 협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와 청와대가 6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기대하고 있는 3차 추경을 비롯해 7월 출범이 예고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 처리 역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국회의원 임기 시작 이후에도 당 공식 행사 및 회의에 불참해온 윤미향 민주당 의원도 본회의에 참석했다. 윤 의원은 이날 21대 국회 공식 개원으로 회기 중 수사기관에 연행되지 않을 수 있는 ‘불체포특권’을 갖게 됐다.

강성휘 yolo@donga.com·김지현·조동주 기자
#21대 국회#더불어민주당#단독 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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