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초청 수락땐 ‘反中전선’ 부담… 거부땐 ‘선진국 클럽’ 데뷔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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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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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新냉전]트럼프 “9월 G7에 한국 초청”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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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올해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면서 한국 등 핵심 동맹국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혀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다. 이미 미중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각종 사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정부에 ‘신규 다자 플랫폼 참여’라는 새로운 고민이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선진국 클럽’에 한국이 초청된 것은 긍정적 현상인 만큼 정부가 적극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G7 정상회의를 9월에 열고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하고 싶다고 하자 외교가에선 일제히 “중국 견제 목적이 담긴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무엇보다 한국과 함께 공개 초청을 받은 호주와 인도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을 구성하는 국가들이다. 미국은 중국 압박용으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의 참여를 촉구해왔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얼리사 패라 백악관 전략소통국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G7 정상회의에서 참여국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우호 세력을 확실히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G7을 G11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회성으로 우호국을 초청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동맹국 초청 의향을 밝힐 정도로 ‘G7 확대 회의’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형태로든 ‘G7+알파’ 회의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한국에 미국 주도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참여하라고 요청하는 등 신규 다자 플랫폼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중국을 가두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요구에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다양한 지역협력 구상과 연계하여 인도태평양의 상생협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던 이후로 청와대는 관련 메시지도 자제해왔다.

청와대는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말했던 사안이고 공식적으로 우리 측에 요청을 해온 것은 없다”며 “현재 우리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 관계라는 게 어느 한쪽의 입장에만 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의를 단순히 ‘미중 간 줄타기’의 맥락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한국이 G7이란 ‘선진국 클럽’에 공식적으로 진입해 국제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G20 회의 등 G7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다자 플랫폼이 그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제안을 적극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G7 회의 참여를 통해) 한국의 입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 적극적으로 관철될 수 있다. 이를 ‘중국 견제’라는 편협한 틀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박효목 기자
#미중 갈등#주요 7개국#정상회의#한국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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