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언급하자 ‘B-1B’ 한반도 인근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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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죽음의 백조’ 2대 괌기지 이륙, 부산 100km 인근 상공까지 접근
공중급유기-日전투기도 동행
美국방부 핵담당 부차관보 “북핵, 美 상대할 수준 아니다”


괌에 배치된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일명 ‘죽음의 백조’가 27일 한반도와 근접한 일본 인근을 비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했다는 노동신문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에 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 전략자산 중 하나인 B-1B 폭격기가 한반도 인근에 날아든 것. 김 위원장의 핵·미사일 도발 재개 시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고이자 전방위적으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중국에 역내 전략적 우세를 과시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이날 괌 기지를 이륙한 B-1B 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를 거쳐 대한해협 상공을 통과한 뒤 일본 열도를 빙 둘러싸듯이 비행하고 기지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에서 100여 km 떨어진 한반도 인근 상공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B-1B 폭격기들은 비행경로의 여러 지점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며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비행 훈련도 실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B-1B 폭격기 2대가 12일에도 유사한 경로로 한반도 인근을 비행한 바 있다. 이후 김 위원장이 ‘핵 도발’ 경고를 하자 보름 만에 또다시 한반도 가까이 날아든 것. B-1B 폭격기는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가 있는 지하 벙커를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순항미사일 등 강력한 무장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괌 기지에 순환 배치했던 B-52 전략폭격기를 본토로 철수한 지 2주 만에 B-1B 폭격기 4대를 괌에 배치했다. 이후 B-1B 폭격기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비롯해 대만과 일본, 한반도 인근 상공에 수시로 전개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에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드루 월터 미 국방부 핵문제 담당 부차관보는 26일(현지 시간) 미 공군협회가 주관한 화상 세미나에서 “미국은 북한 등을 겨냥해 핵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 추정치에 대한 질문에는 “기밀상의 이유로 답할 수 없다”며 “(북한의 핵능력은) 우리의 다른 잠재적 핵무장 상대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미국의 억지가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미 국방부는 우리의 핵능력이 준비돼 있고 강력하며 러시아, 중국, 잠재적으로 북한이나 이란까지 모든 상대를 억지한다는 관점을 견지해 왔다”고 답했다.

군 당국자는 “김 위원장에게 핵·미사일 도발을 엄두내지 말고, 비핵화 협상장에 조속히 나오라는 의미도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4일 “북한이 훌륭한 경제를 갖길 원한다면 핵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대응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죽음의 백조#근접 비행#북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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