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북한 감싸기’ 다시 도마에 오르나…유엔사, 北 의도적 도발 배제 안 해

신규진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0-05-26 21:26수정 2020-05-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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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가 내놓은 3일 북한의 감시초소(GP) 총격 조사결과에서 북한의 총격을 ‘우발적 오발’이라고 밝혀 온 청와대와 군의 입장을 사실상 부정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북한 감싸기’를 놓고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례적으로 국방부가 유엔사의 발표에 공개 입장문을 내고 즉각 유감을 표명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앞두고 자칫 이번 사건이 한미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엔사, 北 의도적 도발 배제 안 해

유엔사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북측의) 총격 4발이 고의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는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설명과는 달리 유엔사는 북한의 우발을 가장한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 유엔사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도발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군은 3일 총격 사건 후 브리핑에서 짙은 안계로 시계(視界)가 1km 안팎에 그친 점, 남북 GP 간 거리가 유효사거리를 벗어날 정도로 떨어진 점, 북측 GP 인근에서 영농활동이 이뤄진 점 등을 ‘우발적 도발’의 판단 근거로 들었다. 북한군이 쏜 고사총(14.5mm 기관총)이 탄착군을 형성했다는 ‘조준사격’ 의혹에도 군은 13일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우발적 오발이란 판단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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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사건 초기 K-6 중기관총 원격사격 불발 등 군의 대응 과정을 함구하면서도 우발적 총격이란 북한의 의도를 강조해 온 정부의 판단이 안이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총격 의도에 대한 판단은 신중했어야했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사 조사 과정에서 북한이 정보제공 요청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이번 총격의 실체적 의도 또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일각에선 북한이 유엔사의 이 같은 조사 한계를 노리고 도발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9·19군사합의를 사실상 내팽개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이날 “9·19군사합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뒷받침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軍 대응사격 두고 ‘비례성 원칙’ 해석 상이

유엔사는 북한의 총격뿐 아니라 우리군의 대응까지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 된다”고 봤다. 이는 ‘쌍방은 모두 DMZ 내에서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고 명시한 정전협정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유엔사는 2014년부터 남북의 DMZ 내 중화기 배치를 사실상 묵인해 온 만큼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조사 결과가 ‘해석을 위한 해석’ 아니냐는 평가도 없지 않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현장부대는 대응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맞섰다.

이번 조사에서 유엔사는 우리군의 과도한 대응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총격 수위(4발)에 대해 한국군이 ‘비례성 원칙’을 어기고 확전을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대응(30발)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유엔사는 공이 파손으로 K-6 중기관총이 격발되지 않자 우리 군이 K-3 경기관총 15발, K-6 15발을 추가로 발사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군은 13일 브리핑에서도 “우리군 대응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 한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고사총(14.5mm 기관총)과 동종화기로 볼 수 없는 K-3(5.56mm)를 제외하고 K-6(12.7mm) 15발만 고려했을 때 3~4배 대응 원칙에 어긋나지 않다는 논리다. 군 관계자는 “우리군의 대응판단에 대한 해석이 유엔사와 완전히 달라 향후 ‘비례성 원칙’에 대한 논란이 예상 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두 차례나 언론에 총격 사건을 설명한 군의 판단을 유엔사가 일부 부정한 것을 두고 연말 미국 대선 등 민감한 시기에 남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길 원하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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