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 격화 조짐에… 韓 ‘줄타기 외교’ 중대 기로

신나리 기자 , 박효목 기자 , 윤다빈 기자 입력 2020-05-23 03:00수정 2020-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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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新냉전]정부 “美 EPN은 검토단계” 말아껴
막판까지 전략적 모호성 유지 관측
방위비 협상-시진핑 방한 앞두고 美-中 모두 거센 물밑 압박 불보듯
김현종 “곧 끝날 싸움 아냐… 고민”
미중 갈등이 신(新)냉전 구도로 격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한미 방위비 협상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한국의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2일 미중 갈등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전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경제블록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축 방안을 한국에 제안했다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구상은 검토 단계”라며 “참여 제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내에선 지난해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 사례 등을 감안해 최종 순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미국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한 단계가 아니다”라며 “당장 우리가 입장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중이 외교 전면전을 예고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미국 백악관이 21일 의회에 보고한 ‘대중국 전략보고서’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신북방정책과의 연계를 공식화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대표적인 약탈적 경제정책으로 지목하고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을 피해국으로 명시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시 주석의 방한이 예상되는 만큼 미중 양국의 물밑 압박을 계속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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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강연에서 미중 갈등에 대해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닌 것 같다”며 “국가적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차장은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어느 곳 하나 만만한 게 없다는 것을 국회도 인식해야 한다”며 “지정학적 구도를 잘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격화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온 중국의 ‘한한령’ 해제 등에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 요구를 거부할 경우 경제보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무역이나 경제 분야에서는 훨씬 더 치열하고 치밀하게 중국을 배제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직접적으로 규제받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추진 중인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은 물론이고 일본 수출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협상 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김 차장과 민주당 당선자들은 동해북부선 연장 등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대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잘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과 중국의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박병석 의원은 “‘투키디데스 함정(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의 충돌)’을 연상시키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며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고,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윤다빈 기자
#미중 갈등#대중국 전략보고서#한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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