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김종인發 중도개혁’ 시동… 당내 자강론자 반발이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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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재보선까지 ‘김종인 체제’

칸막이 사이에 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왼쪽)가 2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김 내정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칸막이 사이에 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왼쪽)가 2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김 내정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미래통합당 당선자 84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내년 4·7 재·보선 기한’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의결되면서 구심점 없이 표류했던 제1야당이 일단 중도개혁 성향의 김종인 체제로 재정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임기 문제가 정리되면 본격적인 당 혁신 작업과 함께 ‘좌클릭 정책’ 실현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놓고 한 달여 진통을 앓아 왔기 때문에 22일 오전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팽팽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윤재옥 성일종 의원은 “중도개혁의 이미지를 가진 김 내정자를 통한 당 혁신”을 강조하며 찬성 토론을 했고, 이명수 의원과 조해진 당선자 등은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대선 주자도 양성된다”는 자강론을 펼쳤다.

당초 당내에선 ‘연말 또는 내년 설날 전까지를 임기로 한 김종인 비대위’가 찬성·반대론자 모두에게 공감대를 얻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측은 이를 거부하고 내년 4월 재·보선을 임기로 제시하면서 이날 워크숍 안건은 ‘재·보선 공천권을 김 위원장에게 주는 것을 전제로 한 비대위 출범’으로 정리됐다. 토론 뒤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찬반 표결에 부쳐졌고, 찬성표가 상당히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선자는 “4월 재·보선 규모가 부산시장 선거 등 몇 자리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면서 “‘그 정도 공천권은 줄 수 있지 않으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내주 비대위가 출범하면 확보된 공천권과 임기 등을 지렛대로 청년과 중도 성향의 인사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를 구성한 뒤 당 강령과 당명 개정 작업 등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2022년 대선 주자 양성도 핵심 과제다. 김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자신이 거론했던 ‘40대 경제통 대선주자론’에 대해 “그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데 뭐 40대 기수론을 강요할 수 없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언론 인터뷰에선 “대통령 탄핵에 대한 사과, 사회적 약자에 공감하지 못하는 등 지금의 통합당으로는 미래가 없다. 통합당은 사회 구성 자체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큰 폭의 쇄신을 예고했다.

김 내정자와 소통해 온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그동안 ‘청년기본소득’ 구상과 같은 ‘빅아이템’을 여러 건 연구해 왔다”면서 “이번 총선을 여권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뒤흔들었듯 김 내정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크게 뒤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통합당 당선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오직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실용 대안정당을 만들겠다”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그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 당 강령에 있던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닥쳐 좌절된 전력도 있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의 약점으로 지적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당 혁신의 관건”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일단 비대위를 두어 달 지켜본 뒤 성과가 없거나 엉뚱한 짓을 하면 그때 뒤집어도 늦지 않다”라고도 했다.

27일 열릴 당 상임전국위원회의 추인이 김종인 비대위 출범의 마지막 고비다. 통합당 안팎에선 “지난달 상임전국위 정족수 미달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무산된 혼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선자들의 의사뿐 아니라 전 당원의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다. 비대위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숍이 끝난 뒤 원외 ‘자강론자’들의 반발도 잇따라 터져 나오기도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
#미래통합당#김종인 비대위#중도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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