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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부도날 지경인데 재산권 위협… 기막혀”

입력 2010-03-24 03:00업데이트 2010-03-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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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두달만에 북한땅 밟는 현대아산 협력업체의 한숨

금강산관광 중단 스트레스로 세상 떠난 사장도
“금강산 관광이 다시 열리기만을 20개월 넘게 기다렸는데 이젠 재산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25일 두 달 만에 북한 땅을 밟는 안교식 일연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그는 “경영진의 능력이 아닌 외부 조건에 의해 기업이 흔들리는 현실에 무력감만 느낀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부동산을 소유한 남측 사업자들이 25일 방북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자산을 몰수하겠다는 북한 측의 일방적인 발표에 따라 안 대표는 현대아산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이날 오전 방북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2003년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해 현지에 금강 패밀리비치 호텔과 횟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현대아산 협력업체 모임인 ‘금강산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안 대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상을 떠난 금강산기업협의회 소속업체 C사 대표의 사망 소식부터 전했다. 55세인 C사 대표는 금강산 사업 중단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이달 초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것.

일연인베스트먼트가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 지은 금강 패밀리비치호텔 전경.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끊기면서 이 호텔의 영업도 20개월 넘게 중단된 상태다. 사진 제공 일연인베스트먼트일연인베스트먼트가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 지은 금강 패밀리비치호텔 전경.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끊기면서 이 호텔의 영업도 20개월 넘게 중단된 상태다. 사진 제공 일연인베스트먼트
일연인베스트먼트의 경영상황도 C사처럼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안 대표는 금강패밀리 비치 호텔 및 부대시설 건설 등에 총 147억 원을 투자했지만, 관광 중단으로 현재까지 60억 원의 적자만 쌓였다. 2007년 초까지 관광객이 늘면서 적자가 약간 메워지는 듯했지만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결정타를 입었다. 이에 따라 금강산 호텔에만 총 119명에 이르던 직원을 대부분 정리한 데 이어 남측의 지원 인력도 15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이 회사 김래현 이사는 “금강산기업협의회 소속사 대부분이 사실상 부도 상태”라며 “자산이 모두 북한에 묶여 있어 부도를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25일 방북 조사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행동 등을 감안할 때 단순한 협박에 그칠 것 같지 않다”며 “최악의 경우 투자액 일부만 보상해 주고 자산을 몰수할 개연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여행사가 개성과 금강산을 잇는 엿새짜리 관광 상품을 내놓은 것도 북한이 기존 사업권을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현대아산의 관광 대가 미지급분 4억 달러를 언급하면서 자산 동결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북측의 자산 몰수나 독점 사업권 폐지는 현실적 여건상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수요가 적어 사업성이 별로 없는 데다 현대아산이 지은 관광 인프라를 인수할 중국 사업자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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