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 김혜숙 씨(46)는 17일 북한에 두고 온 남편 이모 씨(50)를 회상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친오빠의 친구였던 남편과 1989년 결혼했다. 이 씨는 국방과학연구소에 다니는 과학자였고 결혼 전 한 차례 사고를 당해 요양까지 한 상태였다. 남편은 “사고로 피부가 벗겨지고 간이 굳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왜 그렇게 됐는지는 말하지 않은 채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만 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였던 김 씨는 이 말을 믿었고 부모에게 남편의 건강을 숨기고 결혼 승낙을 받았다.》
망가진 내 남편
피부 벗겨지고 중증 간경화
밤마다 악몽… 환각 시달려
간첩 몰려 보위부에 체포
김 씨는 1998년 남편을 등지고 중국으로 도망칠 때까지 방사능에 노출된 남편의 몸과 마음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구릿빛 피부가 벗겨지면 하얀 맨살이 드러났다. 간경화가 심해져 얼굴이 검어지고 황달 증세가 나타났다. 이가 빠져 40대에 이미 틀니를 했다. 남편은 밤마다 총에 맞는 악몽을 꿨고 깨어있을 때에도 헛것을 보는 환각증상도 보였다. 김 씨는 “핵개발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 때문에 정신병을 앓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고통을 잊기 위해 3일 밤낮을 술과 잠에 취해 살았고 다른 여성들과 난잡한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김 씨는 김일성 주석 사후 북한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를 일컫는 ‘고난의 행군’보다 핵개발 과정에서 망가져 가는 남편을 보면서 북한체제에 환멸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2003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뒤 2006년까지 3년 동안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의 교화소(교도소)에 갇혀 지내며 체제의 억압과 물리적 폭력을 경험했다. 그러다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한 직후인 2007년 남한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지옥’에서의 탈출
98년 첫 탈북 中공안에 잡혀
강제북송돼 3년간 교화소에
남편 구명하다 성폭행 당해

김 씨는 지난해 11월 굴곡진 자신의 일생을 적은 자전소설 ‘인간이고 싶다’(에세이퍼블리싱)를 출간했다. 기존 탈북자 수기들이 북한 체제비판 등 정치 중심적인 반면 김 씨는 힘없는 한 지식인 여성이 사랑하는 남편과 조국을 등지게 되는 과정을 잔잔한 소설체로 묘사했다. 김 씨는 “남편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 차마 쓰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사회가 평범하고 소박하고 작고 여린 이들이 사람대접을 받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말했다.
1997년 탈북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그동안 탈북자들이 낸 수기에 비해 문학성이 뛰어난 명작”이라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직접 쓴 추천사에서 “김 동지의 작품은 수령 독재가 빚어낸 천인공노할 만행과 시련을 이겨낸 인민의 양심 승리에 대한 역사적 서사시”라며 “그것은 김정일 독재의 비인간성과 반인민성을 가장 진실하게, 가장 양심적으로, 가장 생동한 예술적 화폭으로 실증하여 주는 불후의 명작”이라고 극찬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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