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아름다운 사회로… 다문화 이웃과의 행복한 동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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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10회 맞은 다문화상 3개 부문 13팀 수상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참석자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채은지 씨, 강은이 경기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이미화 씨, 권영부 씨, 하이디 씨, 이준행 씨, 이수연 씨, 아이수루 씨, 김유상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 기획관리실장,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양명수 군, 장승위 군, 권수진 양, 보느곡투안 씨, 김기영 전남 함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참석자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채은지 씨, 강은이 경기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이미화 씨, 권영부 씨, 하이디 씨, 이준행 씨, 이수연 씨, 아이수루 씨, 김유상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 기획관리실장,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양명수 군, 장승위 군, 권수진 양, 보느곡투안 씨, 김기영 전남 함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3일 전북 전주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하이디 씨(38·여)는 남편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오는 내내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 노동자 때문이다. 필리핀 출신인 하이디 씨는 전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 하이디 씨는 5개월 동안 몸이 아픈데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A 씨를 돕고 있다. A 씨는 한국어가 서툰 탓에 회사 사장에게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이디 씨는 이날 사장과 직접 통화해 A 씨의 퇴사 절차를 도왔다. 하이디 씨는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 쉬는 날에도 계속 통화를 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잘 해결이 된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결혼 이주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해결해 온 하이디 씨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다문화가족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동아 다문화상은 우리 사회의 든든한 일원이 된 다문화가족과 그들을 도운 숨은 공로자를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한 채 진행됐다.

다문화가족 부문


대상은 베트남 출신 보느곡투안 씨, 통번역하며 ‘문화 전도사’로 활약
우수상 받은 필리핀 출신 하이디 씨,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적응 도와
이미화-이수연 씨 공동우수상 수상




다문화가족 부문 대상을 받은 보느곡투안 씨(39·여)는 2003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며 고향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 왔다. 보느곡투안 씨는 보건소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일한다. 또 지역 도서관에서 베트남 민속놀이 강사로 활동하면서 ‘다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남편 김봉술 씨(51) 역시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베트남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김 씨는 “아내 고향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서로를 잘 이해하게 돼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우수상은 하이디 씨와 이미화 씨(53·여), 이수연 씨(32·여) 가족이 수상했다. 한국에 온 지 20년째인 중국 출신 이미화 씨는 미용사다. 그는 짬나는 대로 지역 복지관 이용자들과 이웃들에게 무료로 파마와 염색을 해 주고 있다. 누적 봉사 시간이 어느덧 1000시간을 넘겼다. 그는 “한국에서 미용사가 되기까지 내가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만의 미용실을 차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머리를 멋지게 다듬어 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2008년 남편을 만나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이수연 씨는 후배 결혼 이주 여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 씨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육아 때문에 한국어 강좌에 참석하기를 주저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마음 놓고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동아리를 운영하며 베트남 여성들에게 한국 요리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날 시상식에서 정 위원장은 “이 자리에 오신 수상자분들이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고 계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온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시험하고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 한부모 지원, 다문화 청소년 진로 컨설팅 등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공헌 부문

고부 갈등부터 병원 진료까지… 어려운 이웃 내 일처럼 도와
전남 함평군, 멘토-멘티 프로그램, 고부간 문화차이 이해 기회 제공

다문화공헌 부문 단체 우수상을 받은 전남 함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특별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르치는 멘토는 한국으로 시집 온 며느리와 사이가 좋은 시부모, 멘티는 외국 출신 며느리와 갈등을 빚는 시부모다. 이들은 문화 차이로 인한 고부갈등을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온 며느리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김기영 센터장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문화가정들이 ‘함평에 살기를 잘했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단체 우수상을 수상한 경기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매일 아침밥을 먹는 다문화가정 아이들로 붐빈다. 지역 상인회 등이 ‘아이들 끼니는 거르면 안 된다’며 지원한 돈으로 2017년 센터 안에 식당 문을 열었다. 매년 5000명 넘는 아이들이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한다.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는 단체 특별상을 받았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직원들이 지역 내 다문화가정 이주민을 선생님으로 모신 뒤 중국어와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을 배운다. 이렇게 배운 제2외국어는 다른 다문화가정을 돕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개인 수상자 3명 중 한 명인 키르기스스탄 출신 아이수루 씨(41·여)는 “중앙아시아와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03년 한국에 온 그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자신이 설립한 ‘중앙아시아문화예술협회’를 통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결혼 이주 여성을 돕고 있다. 한국어에 서툰 결혼 이주 여성이 병원에 가는 것을 돕기 위해 충북 음성군 집에서 서울까지 간 적도 있다.

권영부 씨(59)는 2010년 캄보디아 출신 부인과 결혼했다. 이후 지역 내 다문화가정 돕기에 나섰다. 집을 수리해 주고 폐 가전제품을 수거하는 등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 권 씨는 “깨끗해진 집을 보고 집주인이 웃으면 로또에 당첨돼도 이보다 더 기쁘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 브니엘고 행정실장인 이준행 씨(59)는 비영리 민간단체 ‘그린닥터스’의 조직이사를 맡아 매주 일요일 무료진료소에서 다문화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다문화청소년 부문

한국어 서툰 어머니 도와 집안일… “상금은 생활비에 보탤래요”

다문화청소년 부문 수상자인 양명수 군(19)은 지난해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수상 신청서를 낼 때만 해도 요리사를 꿈꾸는 고등학생이었다. 당시 그는 신청서에 “상금을 받으면 요리학원 등록금으로 쓰고 싶다”고 썼다. 지난해 말 수상이 결정된 뒤 양 군은 꿈을 향한 ‘첫발’을 뗐다. 서울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 취직한 것이다.

양 군은 중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 4남매 중 둘째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양 군은 “가족끼리 모여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지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공동 수상자인 권수진 양(14)은 베트남 출신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산다. 권 양은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의 ‘해결사’ 역할을 도맡고 있다. 동생 돌보기와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이사하는 데 필요한 일처리까지 해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매 학년 반장을 맡았다. 권 양은 “동아 다문화상을 받아 생활비에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충북 제천시 한국폴리텍 다솜고 ‘봉사랑 봉사단’ 단원들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다문화가정 학생들로 구성된 이 동아리는 지적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 선생님으로 활동한 바 있다.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


▽가족상

―대상: 보느곡투안 씨 가족(대구 수성구·베트남 출신)

―우수상: 이미화 씨 가족(서울 양천구·중국 출신)
이수연 씨 가족(경기 화성시·베트남 출신)
하이디 씨 가족(전북 전주시·필리핀 출신)

▽공헌상(개인)

권영부 씨(모전연탄 대표)
아이수루 씨(중앙아시아문화예술협회 대표·키르기스스탄 출신)
이준행 씨(부산 브니엘고 행정실장)

▽공헌상(단체)

―우수상: 경기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남 함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특별상: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

▽청소년상

권수진 양(인천상정중 2학년)
봉사랑 봉사단(한국폴리텍 다솜고)
양명수 군(대경상고 졸업)

이지운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다문화상#lg와함께하는 동아다문화상#다문화이웃#행복한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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