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1/희곡]‘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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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한동안 내버려둔 것들을 꺼내볼 차례
신윤주 씨
신윤주 씨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을 내보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순간은 몸에 익지 않아서 저는 잊고 지내려 애를 써봅니다. 고민 끝에 투고한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상을 그렇게 보내던 참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그걸 기점 삼아 우선 곁에 있어 준 이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대신 울어주던, 정장이라도 한 벌 맞춰야 하지 않겠냐고 하던, 사진으로는 티가 많이 나니 뿌리염색 고민해보라던 그 목소리들에 또 웃을 수 있었습니다. 생일에도 어색하게 넘어가곤 하던 축하 노래를 불러준 가족에게도 고맙습니다.

한동안 내버려 두었던 것을 꺼내 볼 차례입니다. 서랍 속 편지와 사진, 영수증, 메모 뭉텅이. 그중에서 노란 포스트잇을 골라 책상 앞 거울에 붙여 놓았습니다. 동기의 응원은 여러 번 붙였다 떼었다 했음에도 아직 접착력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썼던 희곡을 다시금 열어 보았습니다. 부족함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희곡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전성희 교수님께도 이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며 계속 써보겠습니다.

눈을 감고도 감지 않고도 자주 떠올리고 싶은 얼굴이 있습니다. 몇 안 되기에 더 소중한 모습을 모아 서서히 빚으며 오래도록 안녕을 빌어봅니다.

△1998년 인천 출생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졸업

● 심사평

함축성 있는 대사로 이미지 구체화

정복근 씨(왼쪽)와 한태숙 씨.
정복근 씨(왼쪽)와 한태숙 씨.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에 응모한 작품은 총 58편이었다. 서너 편을 빼고는 무대에 대한 구조를 인식하고 쓴 희곡들이란 점이 반가웠다.

소재며 접근 방법이 다양한 작품 가운데, 자신의 몸에 낙서를 하는 엄마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풀어 낸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은 무심한 듯한 내면으로 인물들 간의 긴장을 만들고 극을 진전시키는 힘이 있었지만 극의 후반이 다소 모호했다.

또한 내용이 진부한 부분은 있지만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설득력이 있는 ‘활의 노래’, 에피소드가 작위적이긴 해도 극의 호흡이 좋고 구성인물들 사이의 정서가 잘 녹아있는 ‘3분 전 12시’,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소재로 삼은 ‘축축한 숲’은 일상적이지만 서늘한 시각으로 인물들을 살아있게 만든 작가의 재능을 확인하게 해준 작품이다.

다소 허황된 이야기이지만 극의 제목처럼 그로테스크한 극적 설정이며 인물들 성격이 독창적인 ‘시체가 툭’,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세상을 흥미롭고도 매력적으로 풀어 낸 ‘존경하는 미음’이 최종 후보에 올랐음을 밝힌다. AI라는 소재가 너무 많이 소비되고 있는 세상이라 희곡의 가치를 고려한 측면에서 아쉽지만 제외시켰다.

당선작으로 뽑은 수영장과 수중 상황을 무대로 삼은 ‘다이브’는 간결하지만 함축성 있는 대사만으로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묘사가 돋보였다. 당선을 축하하며 계속 정진하기를 바란다.

정복근 희곡작가, 한태숙 연출가

#동아일보#신춘문예#희곡#다이브#신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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