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1/동화 가작]니들이 사춘기를 알아

동아일보 입력 2021-01-01 03:00수정 2021-01-0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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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보기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아침에 하는 샤워는 언제나 상쾌하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고 있으면 밤새 꿉꿉했던 냄새와 졸음까지 달아난다. 뿌옇게 내려앉은 습기를 닦아내니 거울 속의 내가 보였다. 젖은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고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러다 눈썹에 힘을 주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봤다. 화장실 조명 아래 물에 젖은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콧대가 조금만 더 높았어도 좋았을 텐데. 코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아빠를 원망했다.

그때, 누나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사실 두드린다기보다 발로 걷어찼다는 게 맞을 거다.

“야! 노도민! 빨리 안 나와!”

안방 화장실로 가면 될 텐데 누나는 왜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

주요기사
누나는 중2다. 남들은 중2라서 그런 줄 알겠지만 몇 년 전부터 쭉 저렇다. 일만 생기면 신경질이고 별일이 없어도 짜증이다. 사춘기라나 뭐라나. 누나가 그럴 때마다 엄마는 한쪽 눈을 찔끔거린다. 참으라는 사인이다. 엄마 말로는 사춘기는 가족의 배려 속에서 아름답게 꽃피는 거라나? 중2병이야 중3이 되면 없어지겠지만 사춘기는 언제쯤 나아지려는지 모르겠다.

난 누나처럼 세상 모든 것을 못마땅해하며 사춘기를 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유 없는 신경질과 짜증을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누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화장실 문마저 부서뜨릴 기세다. 그러기 전에 나가는 게 좋겠다.

그때,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급하면 안방 화장실로 가!”

“싫어. 나 여기서 볼일 봐야 시원하단 말이야!”

물기도 제대로 닦지 못한 채 옷을 입고 나왔다.

“아야!”

누나는 내가 문을 열고 나오기가 무섭게 발로 엉덩이를 걷어찼다.

“왜 때려? 나도 이제 열두 살이야. 엉덩이 발로 차지 말라고!”

“너 아침에 샤워하면 어떡해. 너 때문에 늦었잖아!”

“누나가 먼저 일어나서 씻으면 될 거 아냐. 괜히 나한테 신경질이야!”

내가 지지 않고 말하자 누나가 입을 삐죽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엄마에게 투덜거렸다.

“엄마, 도대체 누나 사춘기는 언제 끝나? 언제까지 참아야 해!”

“누나만 그런 거 아니고 사춘기 되면 다들 그래. 성격 좋은 도민이가 누나 좀 봐줘.”

엄마 말처럼 난 우리 집에서 성격이 제일 좋긴 하다. 왜냐면 나는 잘 받아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엄마의 건망증도 받아주고(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아 준다), 아빠의 갱년기 하소연도 받아주고, 누나의 까칠함도 받아주고, 세민이의 철없음도 받아준다.

나도 누나에 맞서 싸우고 싶지만, 아침부터 싸웠다가는 엉뚱한 데다 화풀이할 것 같아 참았다. 이런 일로 화를 내는 것은 노도민답지 않다.

시계를 보니 이럴 때가 아니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왁스로 고정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평소 쓰던 로션의 달짝지근한 향이 니글니글하게 느껴졌다. 이건 우리 집 아홉 살 꼬맹이나 줘야겠다. 세민이가 들었으면 엄마에게 이른다며 열을 내겠지만 엄마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아직 꼬맹이다.

안방으로 가서 아빠의 스킨을 손바닥에 따랐다. 그리고 두 뺨과 이마에 찰싹찰싹 두드렸다. 알싸한 향이 내 몸을 더 상쾌하게 만들었다.

옷장을 열어 티셔츠 몇 벌을 꺼내 거울에 비추었다. 남색 줄무늬 티셔츠와 청바지를 골라 입고 거울 앞에서 뒤태까지 확인했다. 오늘따라 시계는 더 빨리 움직였다.

이러다가는 지각이지 싶어 서둘러 학교로 뛰었다. 흘러내린 땀에 온몸은 끈적끈적해졌고 구질구질한 기분마저 들었다. 향수를 가지고 다니길 잘한 것 같다. 아빠 향수와 같이 들어있던 미니어처 향수를 꺼내 온몸에 뿌렸다. 시원하고 상큼한 향이 땀 냄새와 구질구질한 기분을 사라지게 했다.

교실로 들어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보고 있던 선생님이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향수 뿌린 사람 누구야?”

선생님이 코를 킁킁거리자 선생님 콧등에 걸려있는 잠자리 안경도 같이 킁킁댔다.

내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학생이 무슨 향수야?”

“학생은 향수 뿌리면 왜 안 되는데요?”

정말 궁금해서 한 질문이다. 향수 사용설명서에는 ‘18세 이상 사용’이라는 말은 없었다. 초등학생 향수 금지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해 선생님의 퀴퀴한 땀 냄새보다 백만 배는 낫다.

“노도민, 향수는 여러 가지 화학제품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향이야. 너희 같은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인위적이어서 안 좋다고? 우리 주변에 인위적이지 않은 것이 있을까? 학교부터가 인위적인데.

“학교는 공부에 필요한 것만 있으면 돼. 그리고 선생님이 말하는데…….”

그러면 그렇지 역시나 공부 이야기다. 했던 말 또 하는 선생님의 잔소리 공장이 따따부따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 속도가 다른 날에 비해 빠르다. 잔소리를 왼쪽 귀로 받아 오른쪽 귀로 흘려보냈다. 선생님의 붉은 대머리를 보니 엔진이 과열되어 터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노도민! 향수 뿌리지 마.”

선생님도 사춘기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비가 와서 친구랑 놀지 못하고 바로 집으로 왔다.

놀지 못하는 아쉬움에 목이 메어선지 목구멍이 까끌까끌했다. 리코더의 구멍을 제대로 막지 못했을 때처럼 쇠 긁는 소리가 났다. 찢어지는 목소리가 갑갑해서 헛기침을 계속해보지만 그럴수록 목이 더 잠겼다.

방으로 들어와 음악을 틀었다. 목을 조이는 갑갑함 때문에 심장도 터질 듯 뜀박질했다.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오오오오워우어 오오오오워우어∼”

주먹을 마이크처럼 입에 대고 힘을 주어 불렀다. 평소보다 몇 배는 쥐어짜야만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춤도 추었다. 꼭 내가 무대 위의 아이돌이 된 것 같았다. 그때, 방문이 벌컥 열렸다. 세민이었다.

“형! 그만해.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형 때문에 내가 살 수가 없어!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난데없이 들어와 다짜고짜 소리치는 세민이 때문에 어리둥절했다.

“내가 뭘? 왜 화내는 거야?”

“아휴! 내가 못 살아.”

세민이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며 자기 가슴을 툭툭 쳤다. 그러고는 더 말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나가버렸다. 저 표정은 누나에게 많이 봤던 건데…. 세민이도 혹시? 사춘기가 전염병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설마 나한테 옮지는 않겠지?

저녁은 엄마가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자고 했다. 엄마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찾으며 말했다.

“세민이, 도민이는 자장면이고 난 짬뽕, 그리고 당신이랑 지민이 뭐 먹을 거야?”

뭐지? 내가 먹을 메뉴를 엄마가 결정했다. 누나는 가지고 있는 메뉴 선택권이 나한테는 없었다.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자장면이라니. 이제는 엄마가 정해준 대로 먹기 싫다.

“엄마, 나 자장면 먹겠다고 한 적 없어! 난 짬뽕 먹을 거야.”

엄마는 수화기를 든 채로 빤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원래 매운 것 안 먹잖아……?”

“엄마, 원래라는 건 없어. 먹고 싶은 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야. 오늘 내 기분은 짬뽕이야.”

“후회하지 마. 너!”

엄마는 ‘남기면 각오해’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후회 안 해. 내 인생이야. 내가 결정해.”

난 짬뽕 한 그릇에 승리라도 한 것처럼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소파에 앉아 아빠처럼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메뉴에 대한 대가는 끔찍했다. 얼얼한 혓바닥에 찬물 마사지를 해보았지만 매운 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입술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두툼하고 빨갛게 부푼 비엔나소시지일 거다.

방으로 들어와 거울에 혓바닥을 쏙 내밀고 혀의 매운맛 반응을 관찰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놀라서 돌아보니 아빠였다. 짬뽕 먹겠다고 큰소리치고는 매워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들킨 것 같아 창피하고 화가 났다. 왜 노크를 안 하는 거야!

아빠는 얼마 전까지 가족이 있어도 외롭고 인생이 비누 거품처럼 허무하다며 갱년기 눈물 바람이었다. 지금은 아빠의 하소연을 받아줄 기분이 아니다.

“아빠 노크 몰라?”

“해, 했는데. 못 들었구나.”

“무슨 일이야?”

“그냥 요즘 도민이랑 대화가 없는 거 같아서. 힘든 건 없어? 공부하기는 어때?”

“좋겠어? 당연히 싫지.”

“도민아 공부는 말이야 인생의 전부는 아냐. 네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 같은 거야 그러니깐……”

결국은 공부가 최선이라는 말 아닌가? 듣고 있기 지루했다.

“아빠가 내 꿈을 알기는 해?”

“우리 도민이 꿈 전에는 축구 선수였는데. 주말에 축구 하러 갈까?”

“더운데 무슨 축구.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순간 아빠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알아서 해? 이제 좀 컸다는 거야?”

갑작스러운 아빠의 고함에 엄마, 누나, 세민이 달려왔다. 엄마가 아빠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여보, 그만해. 도민이랑 대화하라고 했지, 화를 내라고 했어?”

“틱틱거리는 얘랑 무슨 대화야. 대화가 안 된다고.”

억울하고 기가 막혔다. 아빠는 허락도 없이 내 방에 들어와서는 대화가 안 된다며 화를 내는 거다. 아빠의 갱년기는 사라졌는데 대신 사춘기가 온 건가?

이게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동네북도 아니고 누나에 세민이, 아빠까지 번갈아 가며 날 마구 두드려대고 있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고 했지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다 받아주는 도민이라 하더라도 참는 데 한계가 있다. 온몸에 피가 뜨거워지면서 열이 솟구쳤다. 딱 피 끓는 청춘 그 자체였다.

앗! 못 참겠다. 방문을 발로 뻥 차버리고는 씩씩대며 거실로 나갔다.

“엄마, 아빠, 누나, 세민이 모두 너무한 것 아냐? 내가 그렇게 만만해!”

텔레비전을 보던 여덟 개의 눈이 나한테 쏠린 채 얼음이 되었다.

“왜 다들 나한테 짜증에 신경질이냐고. 누나 언제까지 사춘기 할 건데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잖아. 세민이 너! 어린애가 왜 벌써 사춘기인 건데! 아빠는 갱년기랄 때는 언제고 왜 지금 사춘기야. 그리고 엄마! 나도 의견이 있어. 제발 엄마 마음대로 하지 말라고!”

내 안에 가둬두었던 말들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꾹꾹 눌렀던 말들을 다 뱉고 다니 몸무게가 준 듯 가벼웠다.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내 피는 언제 끓었냐는 듯 시원했다. 오늘은 두 발 뻗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샤워는 상쾌하다. 뿌연 거울을 손으로 문질러 닦아내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 이건 뭐지? 어제만 해도 없던 빨간색 뾰루지가 툭 불거져 나와 있었다. 어떤 것은 빨갛다 못해 하얗게 튀어나와 있었다. 양쪽 손의 검지를 맞대고 하얗게 올라온 부위를 꾹 눌렀다. 찍 하고 누리끼리한 액체와 하얀색 점액이 흘러나왔다. 번뜩 내 머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여. 드. 름. 생전 처음 마주한 여드름이었다. 여드름은 사춘기 때 나는 거라고 배웠는데….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속닥거림이 들렸다. 속닥대는 방향으로 내 귀와 신경이 곤두섰다.

“엄마, 나도 저랬어? 도민이 좀 심한 거 같아.”

“넌 더했어. 신경질에 짜증이 얼마나 심했는데.”

“형이 며칠 전에는 찢어지는 목소리로 소리 질러서 관리실에서 인터폰 오고 장난 아니었어.”

“세민아. 형이 변성기라 그래.”

평소 큰 목소리를 자랑하는 아빠도 속닥속닥 말했다.

“전에는 나랑 대화도 잘 통했는데 이제는 상관하지 말라니.”

“우리 도민이 사춘기가 온 것 같아. 도민이 기분이 거슬리지 않게 좀 받아주자.”

뒤이어 누나의 히죽거리는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근데 엄마, 도민이는 자기가 사춘기인 줄 모르나 봐. 도리어 우리한테 사춘기라잖아. 크크크”

내가 사춘기라고? 정말? 말도 안 돼!

요즈음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다. 얼굴이 확 달아올라 따가웠다. 이번에야말로 화끈거리는 얼굴에 찬물 마사지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렇게 나의 사춘기는 시작되었다.

● 가작소감

내 안에 있는 사춘기 아이에게 감사를

김은아 씨
내 글의 주인공처럼 나도 사춘기다. 이차성징만 끝냈지 매 순간이 질풍노도였으며,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되묻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동화책을 읽고 펜을 잡았다. 이런 내가 덜 자란 어른인 듯 부끄러웠으나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 안에 어린 내가 있어서 동화를 쓸 수 있었다. 그 아이와 같이 울고 웃고 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비대면 시대에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건 어린이가 아닐까 싶다. 놀이터와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잃은 지 오래다. 그 대신에 뉴스에서 아이들의 비명을 듣는다.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멈춰버린 일상 속에서도 꿈을 꾸며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응원을 전한다. 좋은 글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달자가 되겠다.

당선되었다는 소식에 한동안 멍했다. 내 안의 작은 싹을 보고 뽑아주셨으리라 짐작한다.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동아일보에 감사드린다. 좋은 작가로 성장하여 보답하겠다.

감사할 분들이 많다. 동화로 이끌어 주신 정이립 선생님, 정해왕 선생님, 신현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허점투성이 글을 마음으로 읽어준 글벗들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했던 마음의 빚을 조금은 덜고 싶다. 당선 소감을 빌려 미안함과 감사를 전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얇게 내려앉았다. 한두 사람만 지나가도 금방 없어져 버릴 눈이다. 모두 사라지기 전에 내 발자국을 남겨보련다.

△1977년 서울 출생 △덕성여대 교육대학원 영양교육 전공

● 심사평

재치와 생생함에 집중… 발전 가능성 충분

노경실 씨(왼쪽)와 김경연 씨.

어느 해보다 기대가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혼란과 함께 시공간적, 그리고 심리적, 정서적 분리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글 쓰는 사람들은 이러한 특별한(?) 시간을 그냥 통과하지 않을 거라는 설렘마저 들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도착한 작품들은 마치 바이러스에 지친 듯 힘겹거나 급하게 서두른 흔적들이 역력했다. 그래서 더 애정을 갖고 한 편, 한 편 마주한 끝에 네 작품을 본심의 탁자 위에 올려놓게 되었다.

대충 읽으면 독창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강아지 주인공의 동화로 보일 수 있는 ‘내 이름은 달강이’는 별일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별일 있게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간에서 뚝 끊긴 것 같아 당황하게 된다. ‘사이버 친구’는 올해 응모작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인공지능(AI)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런데 글쓴이가 스스로 AI에 압도당한 것처럼 기계적인 대화 형식의 반복으로 작품의 격을 낮추고 말았다. ‘애니멀 볼의 비밀’은 흥미로운 소재로 그만큼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문장이 같이 뛰고 달리는 것처럼 어수선했다.

아쉽지만 ‘니들이 사춘기를 알아’를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정했다. 우선 제목이 자기 내용을 깎아내리는 것은 무책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재치와 생생함에 집중하다가 문장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소홀히 해서 그들을 미아로 만들어 버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발전의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기에 앞자리에 두었다. 300여 편 되는 모든 작품의 주인들에게 다시 책상 앞에서 만나자고 연애편지를 전한다.

노경실 작가·김경연 아동문학평론가
#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니들이 사춘기를 알아#김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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