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부머’ 외친 26세 의원 “관점 다르다고 외계인 취급 안돼”

신아형 기자 입력 2020-12-08 03:00수정 2020-12-08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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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퀘이크’ 젊은 리더쉽, 변화 이끈다]
<5·끝> 클로이 스워브릭 뉴질랜드 녹색당 의원
클로이 스워브릭 뉴질랜드 녹색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수도 웰링턴 의회에서 ‘기후변화 비상사태, 당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스워브릭 페이스북
“제가 정치인이 된 것에서 보듯 누구든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유권자 스스로의 힘을 깨달으십시오. 정치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2019년 11월 의회에서 탄소배출량 감축 관련 연설을 하던 자신에게 야유를 보낸 남성 기성 정치인을 향해 “오케이, 부머(됐네요, 꼰대)”라고 받아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클로이 스워브릭 뉴질랜드 녹색당 의원(26)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톡톡 튀는 발언을 이어갔다.

2017년 23세로 비례대표 의원이 된 그는 올해 10월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는 고향 오클랜드의 센트럴 지역구에 출마해 집권 노동당, 제1야당 국민당 후보를 모두 꺾는 저력을 과시했다. 1990년 설립된 녹색당이 배출한 두 번째 지역구 의원이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를 유스퀘이크 열풍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각인시킨 ‘오케이, 부머’ 발언의 경위를 묻자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정치인이 (나이 등) 특정 이유 때문에 다른 정치인보다 더 옳거나 더 많은 권한을 가져선 안 된다”며 나이로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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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활동 초반 젊다고 무시당하거나 기성 정치인의 오만함과 잘난 척을 견디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난관에 부닥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국민에 의해 선출됐다”는 당찬 답을 내놨다.

세계 각국에서 유스퀘이크 열풍이 거센 이유에 대해서는 “빈부격차 심화, 계층이동 약화 등으로 많은 이들이 (기성) 정치인의 약속을 믿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치인의 득세 등 세계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며, 역사적으로 거대한 변화는 불평등이 심한 시기에 발생했던 만큼 현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 전체에 더 큰 혐오와 상처만 남기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관대함, 공감, 통합 등 인류의 진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스워브릭 의원은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던 2015년 인구 150만 명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 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인터뷰하다 직접 출마를 결심했다. 서민 삶에 무지한 기성 정치인의 안이한 답변에서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물, 공기, 집 등 인간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의 질과 비용, 접근성이 정치적 결정에 좌우되는데 이를 서민 삶과 동떨어진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점을 알았다. 그래서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자금,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는데도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활용하며 유권자와 소통하는 모습 등으로 일약 3위에 올랐다. 이를 눈여겨본 녹색당이 2017년 총선 당시 그를 비례대표로 영입했고 현재에 이르렀다.

스워브릭 의원은 “세금 등 경제 개혁, 마약법 개정, 동물복지, 디지털 경제, 교육, 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분야를 맡아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시민 전체가 공평한 접근성과 권리를 보유하는 체제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직면했던 세대 갈등 문제의 해법을 묻자 “우선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당신이 바꾸고자 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외계인은 아니다. 그저 당신과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라고 답했다. 또 “각각의 세대가 그들만의 방법으로 세계를 바꿔왔음을 깨닫고, 변화가 필연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정치 성향이 다른 부친이라고 했다. 은행원 출신인 그의 부친은 중도우파 국민당 지지자로 녹색당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는 늘 ‘관점과 시각의 차이를 인정하면 문제로 보이는 것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아버지와 지지 정당이 다른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994년생 동갑내기인 조던 스틸존 호주 녹색당 상원의원, 매리 블랙 영국 스코틀랜드독립당(SNP) 의원 등 젊은 정치인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뇌성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스틸존 의원은 2017년 호주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불과 21세이던 2015년 의원 임기를 시작한 블랙 의원 역시 스워브릭 못지않은 유스퀘이크 열풍의 기수로 꼽힌다.

한국 젊은층에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좋아하고 믿을 수 있으며 당신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을 찾아 지지하라”며 이것이 사회 변화를 가능케 하는 풀뿌리 정치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당신 혼자 우주 한가운데 서 있지 않다. 누구도 혼자 중대한 변화를 만들 수 없다”며 “역사책에 등장하는 영웅도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과 같이 변화를 일으켰음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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