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년이여, ‘원래 그런거야’ 라고 말하는 어른은 따르지 마세요”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입력 2020-04-01 03:00수정 2020-04-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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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0주년/글로벌 인터뷰] <1> 앤젤리나 졸리
앤젤리나 졸리가 2012년 레바논에서 시리아 난민 아이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눠 주고 있다. 졸리는 2001년 캄보디아에서 영화 ‘툼레이더’를 촬영하며 난민, 인권, 빈부 격차, 개발도상국의 어려움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캄보디아에서 장남 매덕스(19)를 입양했고 유엔난민기구에서 활동해왔다. UNHCR 제공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세요. 그리고 우정과 의리, 공유하는 가치를 위해 함께 싸울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앤젤리나 졸리(45)가 전 세계 청년들을 향해 던진 화두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며 함께 걸어갈 ‘친구’라는 것이다.

졸리는 대표적인 할리우드 스타이면서 청년, 교육, 난민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 등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 여론조사회사 유고브가 2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여성’ 1위에 올랐을 만큼 신망이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과 전 세계를 향해 “함께 아파하고 있다”고 밝힌 졸리는 “바로 우리 자신이 서로에게 필요한 ‘솔루션(해법)’”이라며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장남이 한국 대학에 입학해 수차례 방한했던 그는 한국에 대해 “독창적인 문화와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성공적인 경제국가가 된 점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한국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는 e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피해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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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물자와 지식을 공유하며,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요즘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나.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와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약 10억 명의 젊은이가 예전처럼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교육이 중단되면 학생이 다시는 그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공부 대신) 일을 해야 하거나 다른 형태의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극심한 가난 속에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 유일한 한 끼 식사이고, 학교가 가정폭력이나 학대로부터 유일한 탈출구인 젊은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원격수업 등 대안을 찾아 이들이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을 받고 필요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 요즘 유네스코 및 각국 협력기구와 함께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이면 UNHCR와 연을 맺은 지 20년째인데 그동안 수행한 60여 개의 미션 중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인 난민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상당수 난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나 ‘자가 격리’를 할 수도 없고, 물 부족으로 자주 손을 씻을 수도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코로나19 전에도 세계적으로 난민들은 이미 기본적 의료 서비스나 인도적 지원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각국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공동체 등을 돕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나.


“한국은 국가 및 민간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UNHCR의 기부자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전쟁과 이로 인한 난민의 아픔을 몸소 겪었고, 이제 그 경험을 토대로 난민 보호국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윤리적, 실질적 측면에서 난민들을 위한 노력에 모범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아들 이야기를 해보자. 장남 매덕스가 한국 대학에 지원한 것을 지지했다는데 이유는 뭔가.


앤젤리나 졸리(위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여섯 자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장남 매덕스(오른쪽)는 지난해 연세대에 입학했다. 아래 사진은 졸리가 본보 100주년을 맞아 보낸 친필 축전. ‘동아일보와 채널A의 행운을 바란다’고 적혀 있다. 앤젤리나 졸리 측 제공
“매드(매덕스의 애칭)가 한국 대학(연세대)을 선택한 것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현재 코로나19로 휴교 상태이지만 다른 (미국) 대학으로 옮기지 않고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돌아갈 것이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


“한국만의 독창성을 담은 문화와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성공적인 경제국가가 된 점에 경의를 표한다.”

―‘타인의 삶에 기여할 수 없다면 내 삶 또한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수많은 사회 이슈 중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나.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는 게 아니다. 그 문제를 방치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권력과 지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본질이라 생각한다. (문제점을 알리는) 특정 이미지나 스토리는 순식간에 알려지지만 그 자체로 끝나고 마는 게 요즘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모두에게 놓인 도전 아닌가. 나의 조언은 당신이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이에 몰두해 관련 지식과 법률, 그리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최대한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추구하는 변화를 효과적으로 현실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정계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는데….


“‘정치’가 어떤 의미인지에 달려 있다. 공직을 맡지 않더라도 요즘은 많은 이들, 특히 청년들이 정치적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들은 더 이상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하다. 코로나19만 봐도 그렇지 않나. 물론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과학자, 의사, 간호사, 역학자, 일반 시민 모두가 함께해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 자신이 바로 서로에게 필요한 ‘솔루션’인 셈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자녀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하나. 또 전 세계 청년들에게 어떤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있는지.


“내 아이들에게 ‘너희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고 진실, 정직함, 존엄성 등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말하곤 한다. 전 세계 청년들에게는 ‘원래 그런 거야(That‘s just the way things are)라는 어른들의 말은 듣지 말라’고 하고 싶다. 또 ‘정치적 이득을 위해 분열과 두려움을 조장하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시도 또한 무시하라’ ‘자신만의 신념을 가져라’ ‘우정과 의리, 공유하는 가치를 위해 국경을 초월해 함께 싸울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할리우드 거물 하비 와인스틴이 성폭력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와인스틴에게 당한 피해를 고발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와인스틴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관련 증거를 제시한 피해자들의 용기를 존경한다. 슬프게도 이번 재판 한 번으로 끝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내 경험으론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들이 여전히 더 많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주 언급돼 왔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뭐라 생각하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스스로에게 진실한 사람이다. 그 ‘진실’이 무엇이든 자신만의 정체성이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관대한 마음, 곧 친절함(kindness)이 중요하다.”

―최근 BBC에서 13세 이상 청소년을 위한 뉴스프로듀서로 변신해 ‘가짜뉴스 선별법’을 전파하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도 젊은이들이 객관적이고 독립적이며 정확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요즘과 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 그 정보들의 근원과 신뢰 여부, 그리고 누군가가 이를 통해 우리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유언론 없이 민주주의는 없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진실을 발굴하며 관련 권력에 책임을 묻는 용감한 기자와 편집자가 없다면 자유언론 또한 존재할 수 없다.”

:: 앤젤리나 졸리 ::
-197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생
-1993년 영화계 입문
-2000년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
-2001년 캄보디아에서 영화 ‘툼레이더’ 촬영 계기로 난민 문제에 천착
-2001∼2012년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2012년∼현재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 글로벌 특사
-2014∼2019년 결혼 생활을 한 브래드 피트(57)와의 사이에 3남 3녀(이 중 2남 1녀 입양)를 둠
-2019년 장남 매덕스(19)가 연세대 입학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앤젤리나 졸리#글로벌 인터뷰#유엔난민#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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