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나를 만든 건 꿈이 아닌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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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대표 서울대 학위수여식 축사
“불공정한 기존 음악산업에 맞섰고, 적당히 끝내려는 관행에 화나
남이 만들어놓은 행복 추구 말고, 여러분만의 진짜 행복 고민해야”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멘트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멘트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 73회 학위수여식이 열린 이곳에서 관현악단의 연주로 방탄소년단(BTS) 노래 ‘DNA’가 흘러나오자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47·서울대 미학과 91학번)가 연단에 올랐다. 방 대표가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체육관에 있던 졸업생 1200명과 학부모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나는 부정할 수 없는 기성세대다. 나도 모르게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방 대표는 자신이 음악 프로듀서가 된 계기에 대해 “아무리 돌이켜봐도 결정적인 순간은 없었다”며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다”고 했다.

방 대표는 자신의 ‘성정(性情)’과 ‘행복’에 대해 얘기하면서 ‘분노’와 ‘화’를 여러 차례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고 했다. 또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한 음악산업 세계를 알아가면서 점점 분노가 커졌다”며 “음악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화를 내는 것이 내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졸업생 강수연 씨(26·여·디자인학부)는 “많은 사람이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더 와 닿았다. 나를 좀 더 다듬어 취업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떨 때 행복한지 먼저 정의를 내려보고 여러분을 그런 상황에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며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정진하지 말고 무엇이 진짜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고민하라”고도 했다.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연예계 인사가 축사를 한 것은 방 대표가 처음이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 기자
#서울대 학위수여식 축사#방시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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