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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최윤정 “아이와 함께 도서관 가서 책 고르세요”

입력 2017-06-01 03:00업데이트 2017-06-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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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서 ‘슬픈 거인’ 개정판 출간한 아동문학 평론가 최윤정 씨
아동문학 평론가 최윤정 씨는 “아이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찾도록 하면 실패해도 값진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책을 고르는 것도 삶과 같아요. 부모들이야 빨리 정답을 알려주고 싶겠지만 정답 같은 건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책을 고르고 아끼며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품 100여 권을 번역한 아동문학 평론가 최윤정 씨(59)가 2000년 냈던 평론서 ‘슬픈 거인’의 개정판을 최근 출간했다.

개정판에는 ‘어린이 문학 속의 페미니즘’을 비롯해 새로 쓰인 글이 담겼다. 어린이·청소년 문학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의 대표이기도 한 최 씨를 최근 만났다.

“서점에서 좋은 책만 골라 한 번에 많이 사고 싶은 건 부모의 편의고, 부모의 욕심일 뿐입니다. 서점 매대에 잘 보이게 전시돼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최 씨는 “서점보다 도서관에 가서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라”며 “사서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와 출판사를 적어두었다가 같은 저자, 출판사의 책으로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동문학이 과거 계몽이나 순수한 동심을 강조하는 데만 머물렀다가 리얼리즘에 치우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다양하고 풍부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상업주의라는 ‘어린이 문학의 적’은 모양만 달라졌을 뿐 여전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과거 ‘편집부 엮음’이라고 편자 명이 달린, 품질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아동문학 전집 출판이 성행한 적이 있어요.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전집이 기획 상품처럼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최 씨는 “그런 책은 출판사 입장에서 빨리 일정 수량의 세트를 팔아치워야 하는 물건”이라며 “그러나 독자에게 책은 빨리 사둬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유아용품 준비하는 것처럼 임신 몇 개월이면 수십만 원짜리 아기용 그림책 전집을 들여놓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새 전집으로 교체하는 일을 반복하지요. 그런데 부모는 ‘사 줬다’는 데만 만족할 뿐 정작 아이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좋아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최 씨는 “아이가 겉으로 과학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시를 좋아하는 성향일 수 있다”며 “아이가 책을 천천히 소화하고 다른 책에 관심을 갖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기 취향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출판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 도서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도서관 수가 적지는 않아요. 그런데 도서관 직원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예산이 컴퓨터 설치 등에 많이 쓰이면서 도서 구입은 축소되고, 독서 교육도 침체된 것을 체감한다고 합니다. 학교 도서관 활성화는 출판이 상업주의에 쏠리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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