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태양의 후예’ 웨딩마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동명부대서 51개월 통역 이지연씨… 파병장병 출신 서건씨와 백년가약 “한국 알리는 중동전문가 커플될 것”

현실 속 ‘태양의 후예’ 커플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4년 넘게 통역군무원으로 근무 중인 이지연 씨(뒤)와 파병 장병 출신 서건 씨가 사랑을 싹틔운 지 4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현실 속 ‘태양의 후예’ 커플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4년 넘게 통역군무원으로 근무 중인 이지연 씨(뒤)와 파병 장병 출신 서건 씨가 사랑을 싹틔운 지 4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에서 4년 넘게 통역군무원으로 근무 중인 이지연 사무관(34·여)과 동명부대 파병장병 출신 서건 씨(28)가 2일 백년가약을 맺었다. 열사의 땅에서 여군무원과 병사로 만나 4년 만에 소중한 결실을 맺은 것.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최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 사무관은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2년 1월 동명부대의 아랍어 통역군무원(5급 계약직 사무관)에 채용됐다. 어릴 때부터 분쟁지역에 관심이 많았고, 시리아와 요르단 어학연수 시절(2006∼2007년) 여행에 나선 레바논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현장의 모습과 동명부대의 재건활동을 접한 뒤 자신도 기여하고 싶다는 이유로 지원했다고 한다. 이 사무관은 6일 “주변에선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늠름한 군인들과 함께 생활해 더 안전할 것으로 보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태극기와 유엔마크가 부착된 군복을 입고 각종 행사의 요인 통역과 방문자통제소의 출입인원 통역을 맡았다. 한글교실과 의료지원 등 민군작전에도 참여했다. 현지 여성과 어린이들은 그를 ‘카리마’(현지 이름)라고 부르며 먼저 다가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사무관은 동명부대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2012년 동명부대 11진(통신중대 암호병)으로 파병된 남편이 부대 행사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일과 후 서로 첼로와 아랍어를 가르쳐 주면서 호감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엔 서 씨가 이 사무관에게 경례할 정도로 직급의 벽이 있고, 파병 임무가 최우선이어서 두 사람 모두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서 씨가 전역 후에도 변치 않는 모습을 보이자 그 마음을 받아주기로 결심했다. 이후 이 사무관은 매년 두 차례 휴가 때 한국에 와서 서 씨를 만났다. 떨어져 있을 땐 국제전화와 e메일로 사랑을 키웠다. 서 씨가 2014년 10월∼2015년 12월 주레바논 한국대사관에서 계약직 행정관으로 근무할 때 꿈같은 ‘장기간의 재회’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사무관은 현지 주민들의 순수함과 장병들의 열정에 매료돼 매년 근무 연장을 신청했다. 부대도 그의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한 덕에 51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동명부대를 포함해 파병 역사상 최장기 파병기록이다. 이 사무관은 내년 1월 동명부대와의 근무계약이 끝난 뒤 외교부 등 정부기관에서 중동전문가로 활동하길 희망한다. 서 씨도 아랍어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무관은 “남편과 함께 중동 현지에서 한국을 알리는 첨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레바논 파병#동명부대#태양의 후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