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시온 감독 “에너지의 원천? 하루를 세 번 산다고 생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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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시온 감독.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소노 시온 감독.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페도라(챙이 짧은 중절모)에 티셔츠, 청바지 차림의 그는 연신 기침을 했다. “감기가 걸린 게 아니라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그렇다”고 했다.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소노 시온 감독(54)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폐막한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특별전 ‘나는 소노 시온이 (아니)다’ 참석차 방한 중이었다.

여고생 수십 명이 전철에 뛰어들어 역사가 피바다가 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자살클럽’(2002년)이나 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결국 아버지를 살해한다는 ‘두더지’(2013년) 등 그는 잔혹하고 거침없는 연출로 유명하다. 5월 일본에서 개봉한 그의 신작 ‘신주쿠 스완’은 당시 6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신데렐라’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금 피곤해 보인다.

“평생을 통틀어 가장 바쁘다. 영화 2편(‘모두 초능력자야’ ‘소곤소곤 별’)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올해 벌써 ‘신주쿠 스완’ ‘리얼 술래잡기’ ‘러브 앤 피스’ 등 3편이 개봉했고 ‘모두 초능력자야’가 개봉 예정이다. 감독만으로도 바쁠 텐데 시집도 내고 음악작업에 방송출연까지 한다. 에너지의 원천이 뭔가.

“나는 내가 하루를 세 번 산다고 생각한다. 일과가 끝난 뒤 쉬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을 시작하는 거다. 영화촬영이 끝나서 집에 오면 집필을 하고, 그게 끝나면 누굴 만나러 놀러나간다. 물론 잠은 많이 못 잔다. 늘 수면 부족이다.”

-부천 영화제 특별전에서 신작 ‘리얼 술래잡기’와 ‘러브 앤 피스’가 공개됐다. ‘리얼 술래잡기’는 ‘자살클럽’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바람이 살인자가 돼 여고생을 쫓는다는 내용인데.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말처럼 약자가 공격당할 때 공포감이 더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근육질 남자가 죽거나 다친다면 덜 무서울 거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곤경에 빠트리는 건 너무 거부감이 클 테니 여고생을 대상으로 삼는 것 같다.”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공포, 뮤지컬, 스릴러, 에로 등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개성이 강하다. 비결이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성실해지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촬영현장에선 팬티 한 장에 잠옷을 입고 있는 듯이 편안해야 한다. 미움 받거나 싫다는 소리 듣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작업해야 한다.”

-붕괴된 가족을 그린 ‘노리코의 식탁’(2005년)이나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다룬 ‘두더지’를 보면 당신이 그리는 일본은 어딘가 병들어 있다.

“병들어 있는 일본 사회를 표현하는 건 그런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이제는 그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 과거에는 조금이나마 애정이 있었는데 지난 1년 간 일본에 여러 번 실망했다. 특히 정치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평화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편파적인 사람, 좌익이라고 극단적인 판단을 내려버린다. 다만 신작인 ‘소곤소곤 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 인근의 무인지대에서 촬영했다. 그렇게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만 하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당신을 ‘천재 변태’라고 하더라.

“대단하다! 고맙다. 영화에서는 그런 면을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조금 야한, 색골 정도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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