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안건영 고운세상 코스메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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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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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치고… 작곡하고… “로고송도 만들었죠”

《 피부과 화장품으로 유명한 고운세상 코스메틱의 안건영 대표(46)는 미국 출장도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올 만큼 지독한 일벌레다. 딱히 정해진 퇴근 시간도 없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에서는 직원들이 다 퇴근하고 난 뒤에도 안 대표 혼자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게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 안 대표가 일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것이 음악이다. 》
○ 광고음악도 직접 만든 화장품 회사 CEO

안건영 고운세상 코스메틱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번에 제작한 광고 카피용
멜로디를 직접 연주했다.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던 안 대표는 “음악도 경
영도 하모니가 가장 중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안건영 고운세상 코스메틱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번에 제작한 광고 카피용 멜로디를 직접 연주했다.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던 안 대표는 “음악도 경 영도 하모니가 가장 중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중고교 시절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익혔던 안 대표는 중앙대 의대에 진학한 후 합창반에서 지휘뿐 아니라 작곡, 편곡을 도맡았을 정도로 ‘명물’이었다. 또 중앙대 의대 그룹사운드 ‘살루스’에서는 기타를 연주했다. 그런 안 대표가 자신의 회사 송트(songt·광고카피에 멜로디를 붙인 짧은 노래)를 직접 만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안 대표는 단순히 작곡가의 음악을 듣고 선호도를 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코드를 제안하며 음 하나하나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6일 서울 중구 고운세상 코스메틱 집무실에서 만난 안 대표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곧 능숙한 솜씨로 기타를 연주했다. 에릭 클랩턴의 ‘티어스 인 헤븐’이 나지막한 기타 선율로 흘러나왔다.

“예전부터 회사를 대표하는 로고송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죠. 비록 몇 개 단어를 나열하는 짧은 멜로디이지만 소리와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죠. 조만간 회사 내에 기타 동호회를 만들어 직원들도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국내 최대 규모의 피부과 네트워크 병원인 고운세상 피부과, 성형외과를 기반으로 한 피부과 화장품 회사다. 피부과 화장품은 기존 화장품에 ‘치료’라는 개념이 더해진 화장품이다. 피부과 화장품은 전체 7조 원에 이르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1200억 원 정도로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을 비롯해 이지함 피부과의 이지함 화장품, 차앤박 피부과의 CNP 화장품 등이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사실 피부과 의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지금도 고운세상 피부과 대표원장으로 의사라는 본업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에게는 ‘원장님’이라는 직함보다 ‘CEO’가 더 잘 어울릴 만큼 의료계에서 회자될 만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 왔다.

안 대표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98년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피부과를 열었다. 병원 이름도 자신의 이름이나 출신학교명을 따지 않고 ‘고운세상’이라고 지었다. 당시만 해도 간판에서 너무 튄다는 주위 동료 선후배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안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또 호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발레 주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의료 코디네이터라고 불리는 상담실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도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집안에 사업하는 친인척이 많다 보니 ‘환자도 고객’이라는 원칙부터 세우고 병원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의사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충고도 많이 받았지만 오히려 환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고 말했다. 점차 안 대표의 경영철학에 뜻을 함께하는 동료 의사가 늘면서 돈암동에 하나뿐이던 고운세상 피부과는 국내 최대 네트워크 병원으로 성장하게 됐다.

○ 토종 피부과 화장품

“피부과를 찾아오는 환자들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그럼 화장품은 뭘 써야 하나’였어요. 로션 1병에 30만∼40만 원 하는 해외 제품을 소개해줄 수도 없고 마땅히 국내에 믿을 만한 피부과 화장품도 없던 때였죠.”

안 대표는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대하면서 쌓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화장품을 직접 개발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3년 고운세상 코스메틱을 세우고 2006년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Dr.G’를 론칭했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2007년 동남아시아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인 사사에 입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말에는 국내 피부과 화장품으론 처음으로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지금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화장품의 천국이라는 홍콩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안 대표 본인이 직접 홍콩으로 건너가 사사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품의 효능을 교육할 정도로 발로 뛰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안 대표는 “과거에는 피부과 화장품이라고 하면 피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쓴다고 여겼으나 요즘은 자신의 피부를 건강하게 가꾸고 싶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피부과 시술이 보편화되는 한편 주름 개선이나 미백 등 고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안건영 고운세상 코스메틱 대표는


△1965년 서울 출생 △1990년 중앙대 의대 졸업(피부과 전공) △1991년 일본 준텐도대 의대 피부과 연구강사 △1994∼2005년 중앙대 의대 석·박사 △1998년∼현재 고운세상피부과 대표원장 △2003년∼현재 고운세상 코스메틱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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