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신임소대장 6명 ‘이등병 위장 체험’… “담배 못피워도 선임병 흡연때 따라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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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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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 체험에 참여했던 신임 소대장 6명이 체험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형 박종훈 김지수 이상혁 김민규 정필조 소위. 육군본부 제공
이등병 체험에 참여했던 신임 소대장 6명이 체험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형 박종훈 김지수 이상혁 김민규 정필조 소위. 육군본부 제공
육군 신임 소대장 6명이 병영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이등병으로 위장해 3박 4일 동안 병사들과 함께 생활관(내무반)에서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말 육군 20사단 소대장으로 발령을 받은 박종훈 소위(25) 등 신임장교 6명은 이병 계급장을 달고 15∼18일 경기 양평군 20사단 소속 6개 부대에 따로따로 배치됐다.

해병대 총기사건 이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부대진단 긴급지시를 일선 부대에 내린 뒤 나상웅 20사단장(육군 소장)은 “지휘관이 직접 실상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신임 소대장을 투입해 생생하게 병영 실태를 파악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인사참모는 어려 보이는 소대장 6명을 골랐고 사단장과 인사참모 외에는 비밀에 부쳐졌다.

소대장 6명은 나흘간 신병과 똑같은 보급품을 받고 전투복에 가짜 군번을 새긴 뒤 각 부대로 보내졌다. 박 소위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나니 이등병처럼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꼈다”며 “이병 체험 후 병사들의 행동을 유심히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형 소위(24)는 “병사들은 세세한 것에 감동을 받는다”며 “나보다 일주일 전에 들어온 이등병이 먹을 것도 챙겨주면서 잘해줬는데 마지막까지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대장 6명은 나흘 뒤 ‘신병 배치가 잘못됐다’는 통보를 받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들은 20일 대대장 이상 지휘관 5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체험담을 공개했다. “선임병이 담배를 피우면 후임병은 비흡연자라도 따라다녀야 했다” “내무반에서 과자 파티를 마치고 나면 남은 과자는 이등병이 먹어야 했다”는 등의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20사단은 “이번에 파악한 병영 실태를 토대로 지휘관과 병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확대하고 병영문화혁신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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