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옆 병실서 만나… 故이태석 신부와의 인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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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 같은 영혼의 울림

2010년 1월, 최인호 씨는 4차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 21층 107호실에 입원했다. 그의 옆 병실 문에는 ‘절대 안정’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햇볕 드는 휴게실 소파에서 그는 우연히 옆 병실의 주인과 만났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선교와 봉사활동을 펼치다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선종한 이태석 신부였다.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이 베드로인 최 씨는 최근 출간된 이 신부의 평전에 짧지만 인상적인 만남을 추억하는 글을 실었다. 그는 “단순한 발문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쓰려고 하는 글의 모델 같은 글”이라며 꼭 읽어보라고 기자에게 권했다.

첫 만남에서 환자복 밖으로 체내의 분비액을 뽑아내기 위한 작은 주머니를 매달고 있던 이 신부. 고된 항암 치료를 앞둔 작가에게 그는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자신의 책을 선물했다. 그 뒤 다시 휴게실에서 아프리카의 전통음악을 듣고 있던 이 신부와 마주친 작가는 청소년 시절에 배웠던 흑인 영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를 떠올렸다. 이 신부가 자신의 청춘을 바친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 간절한 마음을 읽은 것이다.

작가는 퇴원하면서 이 신부를 찾아갔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서로 껴안았다. 일주일 뒤 그가 다시 입원했을 때 이 신부의 이름이 적힌 환자 명패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나눈 짧은 포옹은 생과 사가 교차하는, 지상과 하늘나라가 연결되는 찬란한 동산에서 나눈 날카로운 영원의 첫 키스와 같은 것이니. 신부님, 나의 이태석 신부님, 이 가엾은 죄인을 위해 우리 주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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