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 회장 “개인 기부금 눈에 띄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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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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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후원 방식도 한몫”

김노보 회장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며 어
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이 기부를 받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노보 회장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며 어 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이 기부를 받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이 기부후진국이라고 하지만 최근 민간의 개인 기부 성장세는 눈부시다. 2008년의 경우 개인과 법인을 합친 전체 기부금(국내외 포함·국세청) 9조500억 원 중 개인 기부금은 60%가 넘는 5조6700억 원에 달한다. “우리도 어려운데 다른 나라까지 돕느냐”는 말도 무색해졌다. 해외 원조를 전담하는 74개 민간단체가 모인 해외원조단체협의회(74개 단체)에 모인 후원금이 2007년 2103억 원에서 2009년 3292억 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협의회 회장이자 해외원조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을 이끌고 있는 김노보 회장(66)은 “세이브더칠드런만 해도 개인 후원금이 연간 150∼200%씩 성장하고 있다. 후원자의 70%가 여성이고 연령은 30대가 가장 많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기부방식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답게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을 통한 후원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선진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강조해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재난구호활동가 한비야 씨, 그 밖에 유명 연예인들의 기부활동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요즘엔 단순히 돈만 내는 게 아니라 시간과 땀을 흘리는 참여형 기부도 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07년부터 하고 있는 ‘모자 뜨기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

“아프리카 빈국들의 경우 일교차가 커서 신생아가 폐렴, 말라리아, 저체온증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 신생아에게 털모자를 씌워주면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어 기부자들이 직접 모자를 떠서 보내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전 세계 29개 지부 중 한국의 참여가 가장 두드러진다. GS샵 인터넷 쇼핑몰에서 모자 2개분의 털실과 돗바늘을 담은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키트’는 지난해 10월 판매를 시작한 후 두 달 만에 80만 종에 달하는 쇼핑몰 상품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사건으로 국내 민간단체의 모금 신뢰도가 떨어진 데 대해 “민간 기부 활성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원조단체의 투명한 경영 및 사업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부자들이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며 어떤 효과를 내는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이야말로 기부를 받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른바 ‘한국형 원조’라는 것도 잘 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지구촌에서의 존재감이 크지만 아직 우리가 원조 초년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원조정책에도 글로벌스탠더드가 있다. 무상원조를 늘리고 해당 지역에 무조건 퍼주는 게 아니라 자립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우선 원조와 관련한 중장기 정책방향부터 세우고 부처별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해외원조 시스템을 정리해야 한다.”

김 회장은 “국제 비정부기구(NGO)와 빌 게이츠 재단 등 민간부문의 원조 지원액이 세계적으로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서 어지간한 국가 단위의 원조를 넘어서는 규모”라며 “우리도 원조와 관련한 민간부문의 활동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만큼 원조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역량과 경험을 가진 민의 참여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19년 설립된 세이브더칠드런은 1953년 한국에 지부가 만들어졌다. 당초 전쟁고아를 돌보고 남편을 잃은 여성을 돌보기 위해 설립됐지만 1980년엔 수혜국을 졸업하고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단체로 변신했다. 전 세계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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