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부 영화 ‘울지마 톤즈’가 조계사로 간 까닭은?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이태석 신부 이타적 삶보며 하화중생 소홀 불교계 반성”

故이태석 신부
故이태석 신부
26일 오후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과 종무원, 개신교와 천도교 등 이웃종교에 소속된 종교인과 복지시설 관계자 200여 명이 모였다.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헌신의 삶을 살다 선종(善終)한 이태석 신부를 그린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영화 관람은 두 차례 영화를 본 자승 스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처음 봤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영화를 종무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가 고민했습니다. 영화가 가톨릭 선교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감동적이어서 종무원들 몇 명은 개종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자승 스님의 인사말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영화가 상영되자 관객들은 깊은 감동의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암 투병으로 깡마른 이 신부의 모습과 어머니의 눈물이 겹쳐지자 객석에서도 눈물이 차올랐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앞줄 가운데)이 개신교 천도교인 등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영화 ‘울지마 톤즈’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조계종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앞줄 가운데)이 개신교 천도교인 등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영화 ‘울지마 톤즈’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조계종
‘울지마 톤즈’의 조계사 나들이는 자승 스님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자성과 쇄신을 내용으로 하는 5대 결사(結社) 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계사에서 타 종교인의 정신을 되새기는 작품을 관람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다.

“불교에서 지향하는 이타행(利他行)과 하화중생(下化衆生·아래로 중생을 제도한다)을 천주교 신부님께서 구현했습니다. 종무원 몇 명이 개종하더라도 이런 스님과 불자들이 나온다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성불하십시오.”

자승 스님의 또 다른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 상영은 종교 간 평화와 불교계의 홀로서기를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님은 27일 보수적인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 신임 대표회장과 만난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종교 간 평화를 위해 문을 열어 놓고 있는 만큼 그 어느 종교의 지도자가 오고 손을 내밀어도 기꺼이 그분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슬람 사원과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복지원을 방문했다.

영화 관람 뒤 한 종무원은 “영화도 감동적이지만 원장 스님의 말이 귀에 생생했다”며 “남의 허물을 꼬집기보다는 ‘내 탓’이라는 자성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조계종 “자성과 쇄신위한 5대 결사운동 펼것” ▼
총무원장 자승스님 회견


대한불교 조계종이 26일 불교계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結社) 운동을 선언했다.

결사는 고려 말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정혜 결사’ 등 한국 불교사의 고비 때마다 일어난 교계의 자성 운동이다. 1947년 성철, 청담 스님 등이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벌인 ‘봉암사 결사’는 왜색불교를 청산하고 당시 비구와 대처 스님의 대립 속에서 조계종이 비구 종단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총무원은 1962년 종단 출범 이후 종단 차원의 결사 운동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 오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교 본연의 모습과 종교적 가르침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수행 결사, 민족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보호를 위한 문화결사, 생명 공존과 환경 보전을 위한 생명결사, 이웃과 사회와 함께하는 나눔결사, 종교 간 평화와 남북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평화결사의 5대 결사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계종은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교구별, 지역별 민족문화수호위원회도 결성한다.

자승 스님은 템플스테이 예산 문제로 촉발된 정부 여당과의 대화 거부에 대해 “문화재가 불교계뿐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문화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고, 종교 편향적인 정책을 바꾼다면 자비의 문중에서 (대화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동영상=조계종 기자회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