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I 대필 논문 급증… 진짜-가짜 구분 흐려진 상아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6일 23시 27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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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부정하게 활용한 것으로 추정돼 철회된 국내 논문이 204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서비스센터와 함께 논문 취소 감시 사이트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철회 논문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22년 발표된 재생에너지 관련 논문에선 AI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학술적 표현이 다수 발견돼 3년 만에 철회됐다. 또 연구자가 돈을 내고 ‘논문 컨설팅 업체’에 대필을 맡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상당수였다. 이들 업체는 AI의 도움을 받으며 질 낮은 논문을 대량 생산해 ‘논문 공장(Paper mill)’으로 불린다. AI와 논문 공장을 통해 손쉽게 학위를 취득하고, 논문 실적을 쌓는 것이다.

학계에선 철회된 논문 204편은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학술지 게재 후 AI 부정 활용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네이처에 따르면 2023년에만 AI 대필 의혹 등으로 논문 1만 건 이상이 취소됐는데, 이 중 8000건은 인도의 한 출판사가 뒤늦게 전수 조사를 실시하며 한꺼번에 파악한 것이었다. 또 국제학술지 중에는 최근 게재 논문 상당수에서 AI 대필 정황을 발견하고 신규 논문 접수를 중단하거나 아예 폐간을 결정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79만 원만 내면 대필해 주겠다”는 논문 공장 업체가 이미 공공연하게 활동 중이다.

생성형 AI 보급 이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캠퍼스 일각에선 연구 윤리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학생들이 과제를 AI에 의존하는 건 일상이다시피 됐고, 시험 중 부정 사용이 드러나 0점 처리되는 사례도 속출하는 중이다. 여기에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 등 연구자 중에도 AI와 논문 공장에 의존하며 학계의 신뢰를 깎아 먹는 일이 생기고 있다.

대학의 신뢰가 밑바닥부터 흔들리는데도 전국 국공립대와 국립대병원 55곳 중 AI 연구 활용 가이드라인을 갖춘 곳은 3곳뿐이다. 지금이라도 학문 영역에서 AI 사용의 원칙과 허용 가능한 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더 이상 상아탑에서 반칙이 난무하고 학문 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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