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지 않으면 편하지만… 아직은 혼나고 싶다[2030세상/배윤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0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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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도배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 배울 때부터 기술자가 되기까지는 기술을 알려주는 선배들이 있어야 한다. 이후에도 보통은 두세 명 혹은 그 이상이 팀을 꾸려 함께 일한다. 고정된 파트너나 팀원 없이 홀로 다니는 경우라 하더라도 주어진 일을 기한 내에 끝내기 위해 다른 도배사를 불러서 함께 일하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팀 일을 도와주러 갈 때도 있다. 그러므로 동료들과 소통하며 함께 일하는 상황은 늘 발생한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당연히 서운하거나 크게 상처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보통은 꾸지람을 듣거나 지적당할 때 마음이 상한다. 야단치는 말투가 지나치게 거칠고 무서울 때나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할 때, 차별 대우를 받을 때, 내가 하지 않은 잘못으로 억울하게 혼날 때 등이다. 나 역시 7년 동안 도배를 해오면서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창피를 당한 적도 있고 한참 주눅이 들 정도로 혼나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아무도 혼내거나 지적하지 않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기술을 배운 상태에서는 내가 속한 팀이 아닌 이상 잘못된 작업 방식이나 습관에 대해 잘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좀 더 나은 작업 방식이나 기술을 가르쳐주기 싫어서라기보다는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번거롭게 쓴소리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잔소리를 하고 혼을 내는 대신에 다음부터 함께 일하지 않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내게도 선배 반장님들이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좋지 않은 습관이나 부족한 기술은 눈치껏 반장님들을 보고 따라 하면서 고치고, 잘 모르는 부분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게 됐다.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내가 부족함 없이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내버려두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성장하거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는 의미기도 하다.

도배 연차나 경력이 쌓일수록 내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싫은 소리 하는 사람도 줄어든다는 것을 느낀다. 가까운 사람들 역시 나의 성향을 이해하고 배려할 뿐 나를 고치거나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다 큰 성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아직 다 크지 않았다. 나이로는 성인이지만 완전한 어른인 것 같지도 않다. 여전히 더 배우고 고치고 성장해야 한다.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으면 당장은 편하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게 바른말, 쓴소리를 해주고 때로는 호되게 야단치는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당장은 듣기 싫고 기분 상하는 말이 결국에는 나를 움직이고 발전시킨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아직은 혼나는 어른이고 싶다.

#도배#기술자#사람#도배사#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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