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헌재의 마은혁 긁어 부스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4일 23시 21분


최상목 대행 여야 추천 1명씩 임명은 절묘해
헌재 탄핵 심판 재판관 8명으로 충분히 가능
여야 합의 없는 후보자 임명 시급하지 않아
한덕수 탄핵소추 위헌 판단이 훨씬 시급해

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에서 여야 추천 1명씩 2명을 임명한 건 절묘한 수였다. 일단 대통령 탄핵에는 헌법재판관 6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헌재 구성원이 6명인 상태에서 결정하는 건 부당하다. 이 절대적 필요성 앞에 권한대행이 헌법기관을 구성하는 임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탁상공론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후보자 3명을 다 임명하는 것도 문제였다. 국회는 그동안 여 1명, 야 1명, 여야 합의 1명을 추천해 왔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여야 합의 1명까지도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바람에 추천이 미뤄지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자 여 1명, 야 2명 추천이 강행됐다. 최 대행은 여야 합의 없는 1명의 임명은 거부했는데 탄핵 정국에서 국정을 움직이는 힘은 여야 합의에 있다고 본 것이라 설득력이 있었다.

최 대행의 수 앞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 전까지 권한대행은 헌법기관을 구성하는 임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 국민의힘도, 국회가 추천한 후보자의 임명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므로 다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민주당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결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관 8명에 의해 순조로이 흘러가고 있었다. 헌재가 느닷없이 여야 합의 없이 추천된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 거부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헌적 조치인지 아닌지 최우선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나서기 전까지는 그랬다.

물론 헌법재판관 9명이 다 채워지면 가장 좋다. 그러나 탄핵 심판은 8명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입증됐다. 게다가 헌재도 마 후보자 추천이 국회의 여야 합의 관례를 깼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회 관례는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추천된 사실만 뚝 떼어내 다룬다는 건 비상 시국을 맞아 권한대행을 포함한 헌법기관들이 참조할 전례도 없이 어렵게 균형을 맞춰가는 마당에 혼자만 근시안적이어서 책임감 있어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통째로 거부했다가 탄핵소추를 당했다. 한 전 대행이 스스로 희생타가 되는 길을 택해 최 대행에게 운신의 여지를 열어 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최 대행처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적 근거도 없이 과반 결정으로 한 전 대행 탄핵소추를 가결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시절 국회의 4사(捨)5입(入) 개헌 표결 이래 이런 무엄한 망치질이 또 있었던가 싶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총리와 대통령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그렇다면 탄핵 정족수도 과반과 3분의 2 이상 사이 어딘가에 있다. 정족수는 그 성격상 올림을 하면 하지 내림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3분의 2 이상으로 하는 것이 헌법합치적인 안전한 해석이다.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거부는 한 전 대행의 탄핵소추 이후에 일어난 일로 시간적으로 후순위다. 한 전 대행이 한 임명 거부가 함께 걸린 사안이라고 보더라도 한 전 대행 탄핵소추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임명 거부의 위헌 여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설혹 임명 거부가 위헌이라 해도 권한대행을 과반의 결정으로 탄핵하는 헌법적 근거가 없으면 탄핵소추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둘 사이의 순위를 따진다면 당연히 탄핵소추가 위헌인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다.

헌재가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거부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최 대행마저 탄핵소추에 몰려 또다시 통치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최 대행마저 과반의 찬성으로 소추된다면 두 차례나 헌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된다. 그것은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 간에 힘들게 형성된 균형을 깨는 것으로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할 헌재가 오히려 국가적 혼란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헌재가 3일로 예정됐던 선고를 유예한 것은 청구인 적격을 미처 검토하지 못해서라는 말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망신스러운 일이다. 꼭 해야 할 일도 미뤄야 할 판에 시급하지도 않은 일을 서두르다가 과부하가 걸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거부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은 빨라도 한 전 대행 탄핵에 대한 결정과 동시에 하거나 가능하다면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정 뒤로 미뤄야 한다.

#헌재#마은혁#임명#후보자#탄핵소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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