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수 시인·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악동뮤지션’ 출신, 이찬혁이 불렀다. 노래 ‘1조’의 한 소절인데, 열네 살 때 꿨던 꿈 이야기가 가사로 쓰였다. 100억 원이 새겨진 동전을 주웠고 아빠에게 전화해 알렸다고. “공이 12개나 달려 있었어요” 말했다고. 그러자 꿈속의 아버지 왈. 야 인마, 그거 100억 원이 아니고 1조 원이잖니.
1조는 크다. 1조는 어마어마하고, 1조는 값어치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는 거겠다. 자칫 100억으로 착각해선 안 될 일이니까. 우리 사회에서도 ‘1조’의 값어치는 잘 헤아려져야 한다. 헌법 제1조는 그중 하나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야기.
철모르게도 계엄 선포엔 신기하기까지 했다. 교과서 흑백사진 옆에나 적혀 있던 단언데, 1080p 화질의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보게 될 줄은 몰랐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헌법이라든가 정치적 판단에 대해 함부로 논할 지혜는 없다. 고백하자면 그 반대다. 아리송함만 가득하다. 총을 든 군 권력이 국회를 막아서야 했던 이유까진 아직 헤아리기 어렵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나도 국민인데, 그런 권력을 나는 미처 떠올려보지 못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 말자고, 문제가 있다면 민주공화국의 방법으로 해결해 보자고, 생각은 달라도 다들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던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까.
설이다. 친지 가족들 모인 밥상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간 괜히 분위기가 흐려진단 말도 종종 들린다. 생각만 해도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그것도 다 각자가 권력의 주인이니까, 국민이니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정치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래도 되는 거라고 배웠다. 내가 1조의 가치를 잘못 배운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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