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한식 인문학자음식은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지구상에 탄생하고 성장하고 움직이거나 일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식물의 에너지 공급은 물과 빛만 있으면 되지만 동물은 산소와 함께 먹이를 먹어야 한다. 이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예로부터 음식을 얻고 못 얻는 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근대사회에서 음식 자원의 생산 문제는 국가의 존페 위기로 몰렸고, 현대사회에서는 식품으로의 개발 문제는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의 문제였으며, 맛있고 즐겁게 먹느냐의 문제가 문화사회의 기준이었다.
어느 나라나 지역의 음식을 알고 이해하려면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음식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기본적으로 음식의 본질과 형식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음식은 인간의 이동과 정착에 따라 그 지역의 동식물 자원과 같은 지리·환경·문화적 요소에 맞춰 탄생한다. 그 지역의 농경학적 환경에 맞게 탄생하고 진화하는 것이 음식이고 문화다. 그래서 모든 음식문화에는 그 나름대로의 본질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산업화, 자본화되고 국제화된 요즘은 본질보다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맛과 정신이나 과정, 역사보다는 눈에 보이는 모양, 형식, 제조, 기술, 스타일 등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우리 음식의 본질을 제대로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나 영향력이 높은 외국 유명 셰프들도 형식, 요리, 제조 등 시각적인 측면에서만 K푸드의 미식학 얘기를 하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한식의 본질은 철학, 미학, 인문학, 과학적인 측면에서 풍부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 철학적인 측면에서 한식의 본질은 배려와 존중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양의 빵 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情)’이 한식의 기본 철학이다. 두 번째로 밥상문화로 대표되는 한식의 미학은 ‘균형’과 ‘조화’다. 밥상 구조, 맛, 색깔, 영양, 건강에 있어 균형과 조화를 갖췄다. 세 번째로 한식의 인문학적 특징은 ‘기다림’과 ‘나눔’이다. 항상 음식을 준비할 때는 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만들어 놓고 다가올 만남을 꿈꾸며 오래 기다려 왔다. 오랜만에 온 가족, 잔칫날 손님, 마을 사람들과 같이 음식을 들고 마시면서 함께하는 문화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과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특징들이 인식되고 있다. 다양성과 식물에 기반한 건강성, 저온에서 요리하는 것과 같은 한식의 요리 방법, 그리고 장과 김치의 발효 등이 대표적이다. 영양 및 건강 측면에서의 과학적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식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면 국제화 시대에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올라갈 것이다. 특히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이나 외국 셰프들이 한식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 같은 한식의 네 가지 본질을 차근차근 다루고자 한다. 다만 여기서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한식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본질만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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