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의대 증원 정책 이후 1년… 전공의는 안 돌아오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9일 23시 15분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지난해 2월 6일 정부는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렸다.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을 증원한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란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와 의대생은 수련병원과 학교를 떠났다.

현재 전공의와 의대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공의 과반은 수련병원이 아닌 다른 병의원에 취직했다.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밀린 공부를 하고 있다. 일부는 학교를 옮기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쳤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있다. 의대생 단체는 올해도 휴학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의료계에선 3월 입학할 신입생도 사실상 집단 휴학을 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과거 이들이 돌아올 기회는 전혀 없었을까. 정부가 지난해 3월 20일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입학 정원을 발표했을 때 전공의는 동요했다.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확정되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 단체가 나서 단속했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때도 흔들렸다. 다만 당시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방침을 처벌로 오해하고 제자들인 전공의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휴진을 결정하면서 복귀 가능성은 사라졌다. 정부가 방침을 바꿔 전공의들을 모두 사직 처분했을 때도 역시 전공의 내부에선 파장이 일었다. 역시 전공의 단체는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신규 레지던트를 모집했을 때 가장 많이 흔들렸다. 1년 가까이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들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심리적인 갈등이 많았다. 대형 병원 전공의 다수는 레지던트 지원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 정국에 들어가며 이런 움직임은 사라졌다. 올 3월 수련을 재개할 레지던트 모집엔 역시 지원이 저조했다.

그렇다면 이제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 정부는 의사 단체가 “의대 교육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만큼 이들을 설득할 만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원과 시설 확보에도 필요한 예산만 제시할 게 아니라 언제까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도 의대 정원도 감원을 포함해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유연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의료계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 0명’ 등 현실적이지 않은 주장은 접고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병역 문제로 고민하는 전공의도 상당수 존재한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되는 5월 말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의대 교수들이 제자인 전공의를 설득할 수도 있다.

의료 공백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지난해 의료공백 대응과 수련병원 선지급금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2조8895억 원을 투입했다. 초유의 2년 연속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휴학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일단 만나서 소통해야 할 때다.

#의대#증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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